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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Sep 21. 2018

도로

자정을 넘겼고 막차도 없었다. 그래도 보내야 했다. 늦었다고 방으로 들이면 헤어지지 않을 걸 알았다. 택시를 태워야 했다. 그는 돈이 없다고 했다. 속이 시렸다. 지하철로 두 시간 걸리는 거리를 나를 잡기 위해 왔고, 내가 언제 올지 몰라 역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날 잡았다. 그래도 안 된다.
현금이 없어 돈을 인출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갔다. 그가 울면서 따라왔다.

“진짜 안 되는 거야?”
“응.”

5만 원을 인출했다.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갔다. 빨리 보내야 편히 아플 것 같았다. 그가 순순히 따라왔다. 한 택시가 멈춰 섰다.

“그냥 이렇게 끝낼 거야?”
“응?”
“인사도 안 하고 끝낼 거냐고. 작별 인사는 하자 좀.”
“아, 응.”

택시를 보내고 우리는 마주 섰다. 눈을 맞췄다.

“3년 동안 나 만나줘서 고마웠고 만나는 동안 내가 못해줘서 다 미안해…”

그리고 더 많은 말이 있었다. 그는 오늘 정말 끝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 말까지 준비해왔었다. 눈물을 계속 흘렸지만 말끝을 다잡으면서 준비했던 말들을 다 했다.

“우리 잘했어. 잘 만났어”

나도 말했다. 옆으로 택시는 계속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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