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 Oct 01. 2018

범인

181001

문 앞에서 만난 그는 자기가 선생을 죽였다고 했다. 함께 문을 열고 나가며 나는 천천히 다시 물었다.


“경찰 학교에서 절 너무 괴롭혔어요. 그래서 죽였어요.”


이내 그는 자신이 선생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담히 말했고, 들을수록 나는 범인을 찾았다고 보고하기 싫었다. 이야기를 마저 듣기 위해 그를 뒤따랐다. 평소 사용하지 않아 잠겨 있던 문 뒤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몇 년은 발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몇 개의 문을 더 지나자 바깥으로 통하는 뒷문이 보였다.


“지금 한창 범인 찾고 있는 거 알지? 근데 난 널 안 잡을 거야, 이제 뛰어."


그는 뛰쳐나갔고, 나는 그를 잡으려다 놓친 것처럼 연기했다. 그제야 나는 범인을 놓쳤다는 보고를 올렸고, 길가로 나와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제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체형이 눈에 띄었다. 왜소한 체형의 그 사람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빵모자를 쓰고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그 사람을 나는 모른 체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뚱땡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