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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면

와타나베 이치로 70세, 회사원

원더풀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

by onl

1 와타나베


인생에서 단 하나의 추억을 고르려니 과거를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질 않아서... 뭐 앨범이나 일기라도 있으면 기억이 생각 날지도..

/ 와타나베 씨, 자녀는..?

/ 없었습니다.

/ 취미는요?

/ 그게, 별로...

/ 부인과 여행을 가신 거라든지...

/ 그런 종류의 것을 선택해야 됩니까?


2 추억을 찾는 와타나베


신혼 때인가요?

/ 예, 뭐 그런 셈이죠.

/ 전 결혼을 못해봐서 부럽네요/

/ 아내예요. 교코라고 합니다. 중매로 결혼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네요.

/... 행복하셨나요?

/ 예... 그랬죠.

/ 그러셨군요.

/ 아주아주 평범했었지요.


3 주저하는 와타나베


여기 오기 전까지는 내 인생에 대해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행복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되돌아보니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그럭저럭 학교를 나와서 그럭저럭 직장을 가지고 그럭저럭 결혼하고 그럭저럭 퇴직을 한 거예요. 모든 것이 그럭저럭이에요.

/ 하지만 어제는 행복한 결혼이셨다고...

/ 그래요, 지금도 행복한 결혼이라고 믿습니다. 내게는 과분했죠. 이렇게 말하기 좀 그렇지만... 하지만 우리에겐 뜨거운 열정 같은 감정은 없었어요.


4 교코와 와타나베


정말이야? 내가 그랬었나?

/ 그랬어요! 이렇게 손수건으로 땀 닦으면서 영화 좋아한다고 했었잖아요.

/ 기억이 안 나는데,

/ 그랬었다니까요!

/ 그랬었나..? 좋아! 한 달에 한 번 둘이서 영화 보러 갑시다.

/ 예, 예.

/ 대답이 뭐가 그래!

/ 뭐가요?

/ 성의 없잖아. 생각해줬더니만...

/ 예, 그렇게 해요.

/ 시간은 많으니까.


5 추억을 정한 와타나베


공원에서 한가했던 오후입니다.

/ 잘됐네요.

/ 긴자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추오 공원에 갔었는데 참 오랜만이었지요, 영화 본 것이. 결혼 생활은 40년을 했지만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그게 마지막이 돼버렸죠. 같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이요.

/ 그렇습니까.

/ 예. 3일째가 되도록 결정을 하지 못했었지요. 정말 폐를 끼쳤습니다.


6 와타나베가 모치즈키에게 남긴 편지


이 편지를 당신이 읽을 때쯤엔 나의 기억에서 당신은 사라질 겁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간략하게 내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당신이 교코의 정혼자였죠. 당신의 이름과 사망 일을 들었을 때, 몇 가지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내가 정혼을 했었었고, 그 사람이 전사한 사실을 처음 만난 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한 후에도 아내는 매년 혼자 당신의 무덤에 갔었지요. 당신이 나와 교코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 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교코가 간직하고 있는 당신을 질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부부로 함께 지내온 세월은 그걸 초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여기 와서야 깨달은 저는 아내와의 추억을 선택하기로 한 겁니다. 제가 제 70년 인생을 확신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당신에게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7 모치즈키


내가 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건 그를 배려해서가 아니야.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었어. 말하고 나면 나 자신이 상처를 입진 않을까 두려웠어. 교코는 그에게 솔직했고 그런 교코 그대로를 그는 받아들였는데, 난 누구와도 그런 깊은 관계를 가진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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