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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Feb 14. 2019

190214

나는 택시를 쫓아가고 있다. 목적지가 다른 두 명을 태운 차는 빈 도로를 주행한다. 나는 택시에 탄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택시를 멈추게 해야 했다. 그러나 택시는 영리하게 움직인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도로를 누빈다. 끝내 막아서진 못했지만, 그 사람의 목적지까지 쫓아왔다. 암적색 드레스를 입은 그는 앞의 건물로 들어갔다. 나는 거기가 그의 집인 걸 기억한다. 택시 운전사가 그의 전남편인 것도 기억해낸다. 그곳은 그들이 함께 살던 집이었다.

과거로 바뀌었다. 그들이 이혼하기 전이다. 유령처럼 들어선 부부의 집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문을 열면 보이는 널따란 방에는 하얗디하얀 침대와 거울이 붙어있는 나무 책상만이 있다. 희한하게도 응접실은 옆문 너머다. 가로로 긴 책장이 두 벽면을 차지하고, 그 앞에 TV가 민망하게 서 있다. 마지막 공간은 부엌과 욕실, 보일러실 등으로 구성된 곳인데 응접실에서 벽 없이 이어진다. 다른 패턴의 바닥재로만 구분할 뿐이다.

나는 침대에 앉아 큰 창으로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빛을 그저 바라본다. 책상으로 고개를 돌리니 필름 카메라가 있다. 후지 티아라, 나도 가지고 있는 카메라이긴 한데 내 것보다 상위 버전인지 조금 더 크다. 뷰파인더도 깨끗해 새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슬립 차림의 그가 현관 쪽으로 나온다. 신발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나는 다가가서 물었다.

- 너무 편하게 입는 거 아니에요?
- 집에선 이렇게 입어.

그는 배우다. 남편도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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