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장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 Oct 20. 2020

최초의 벽화

201006

어릴 때 형은 형이니까 나보다 뭐든 다 잘했는데, 그림도 잘 그렸었다. 만화 캐릭터 같은 것들, 귀엽게 오밀조밀 잘 그렸다. 이제야 알았지만, 형은 그때 만화가가 되고 싶었단다. 공책에도 그리고 지우개에도 그렸던가, 집 곳곳의 벽에도 그리곤 했는데 나도 괜히 따라 하고 싶었다. 잘 보면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근데 도저히 못 따라갔다. 당시에는 좀 분하긴 했는데 몇 년 뒤에 까닭수로 ‘왼손잡이는 원체 악필이면서 동그라미도 제대로 못 그리니 대체로 그림을 못 그린다’는 말을 어디서 보고 지금까지 변명하며 살고 있다.


언제는 형이  대문 옆에 매직으로 남자애 하나를 그려놨다. 만화책 ‘힙합에서  캐릭터 같았는데 삐죽거리는 앞머리에 벨트가 길었던 거로 기억한다. 얌생이 같은   닮았던 것도 같다.   그려놔서 대문을 들락거릴  신경 쓰였고, 점점 나도  하나 남기고 싶어졌다. 견줄만한 그림 하나 나올  같은 기대감도 들었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열등감이  컸던 관계로  어딘가에 그릴 용기는 들지 않았다.  그려놓으면 형이 놀릴  뻔하니그래서 옆집 대문 옆의 벽에 그렸다. 정말 개떡같이 그렸는데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형은 그걸 어떻게 보고는 엄마한테도 말했었지.  기억나진 않지만 엄청 웃었을 거고,  얼굴이 빨개졌을 게야. 옆집 할머니한테  혼난 것도 신기하다. 다음에 부산 내려가면  벽화 아직  있는지 보러 가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