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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Nov 02. 2020

꿈 이룬 다음의 서사

문학동네 2020년 가을호, "우리의 사랑, 우리의 미래" 中

인아영 / 작가님도 휴식기를 가질 생각이 있으신가요?


박상영 / 쉬고 싶죠. 그런데 그러면 누가 날 먹여 살려. 휴식할 시간이 없어요. 이렇게 살다 죽어야죠.


슬릭 / 그런 마음가짐으로 계속 살아야 돼요. 돈 벌어야 되고 먹고살아야 돼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건 무기한으로 미뤄놓는 거죠. (후략)


박상영 / 그 말씀 들으니까 드는 생각이, 전 하고 싶은 걸 다 이뤘어요. 그래서 전 꿈이 없어요.


슬릭 / 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네요.


박상영 / 맞아요. 같은 맥락이에요. 사실 저는 어릴 적부터 작가가 너무 되고 싶었고, 퀴어 소설만으로 채워진 소설집을 한 번이라도 내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어릴 때 목표한 걸 다 이뤘거든요. 그런데 안 행복해요. 너무 불행해요. 그래서 이걸 받아들이고 사는 게 나의 남은 삶의 과제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중략)

그래서 요즘 저에게는 새로운 꿈이나 목표가 생기는 게 너무 절실해요. 왜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오늘 죽어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라고, 그게 성공이라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는 오늘 죽는다고 해도 별다른 후회는 없는데 전혀 성공한 인생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의 내 현실이 약간 불필요한 것처럼만 느껴져서, 남은 삶을 도대체 어떻게 버티나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하는 것 같아요. 하고 보니 너무 건방진 말이네요.


인아영 / 아뇨, 오히려 지금 한국사회에는 꿈이나 희망을 다루는 서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걸 이룬 그다음의 서사도 더 많이 얘기할 필요가 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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