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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Jan 24. 2021

노공이산 1

시민 노무현

저 건너 산이 뱀산, 화포천 아래 개구리산, 이 산이 봉화산, 이 앞쪽에 가면 부엉이바위라고 아주 웅장하고 신비스럽게 보이는 바위도 있고 올라가면 사방이 아주 넓게 보이고 참 좋은 곳입니다. 이 산이 학산입니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로는 학 같이 안 생겼는데 어찌 학산인가 하니 뱀산 앞에 가서 보면 학처럼 보인대요. 뱀이 개구리를 아직까지 못 잡아먹고 있어요. 학이 뱀 머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그렇게 보입니다. 학이 뱀 머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저 뱀이 개구리를 못 잡아먹어요.


제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외지 분들이 오셔서 지형 조사를 해보더니 저걸 용산이라고 하잡니다. 저건 여의주라는 거예요. 여의주를 입에 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용산입니까 그렇죠? 그래서 제가 하지 말자고 했어요. 용이란 놈이 언제 자기보다 약한 놈들을 도와준 일이 있냐. 용은 자기가 용이라고 힘 세다고 항상 ‘나를 우러러봐라’, ‘제사 지내라’, 또 신경질 나면 비 확 뿌려버리고 그런 거나 했지. 용 그림이란 것은 왕 된 사람이나 등에 용을 그려요. 자기가 용이니까 나한테 덤비지 마라 그거지.


그런데 저는 대통령이거든요. 국민의 대통령인데, 국민이 주인이잖아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니까 제가 무슨 용이에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거 하려고, ‘학’. 생태계에서 센 놈이 약한 놈 잡아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긴 하지만, 그러나 생태계는 또한 균형이 있어서 센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더라도 함부로 마구 잡아먹지 못하게 약자를 위해서 강자를 견제하는 사람이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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