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5
바다로 지는 해는 보름달 같아서 오늘이 추석인가 싶기도 했다. 가루비가 오고 있음에도 창문을 열었다. 비가 얼굴로 날렸지만, 창문 앞에 바짝 엎드려 일몰을 봤다. 누워서도 쓸 수 있는 낮은 테이블에 팔을 걸치고 있었는데 엄마가 옆으로 왔다. 엄마는 내가 팔을 얹고 있는 테이블이 예쁘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에 같이 샀던 이 테이블을 엄마는 기억 못 했다. 그때도 비가 왔었다. 계곡에 챙겨갈 것들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가 옆에 있던 이케아로 가서 테이블을 산 날, 갑자기 비가 왔고 우산이 없던 엄마와 나와 테이블은 비를 온통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을 설명하니 엄마는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니 내 나이쯤 돼 보이는 아빠가 집으로 오고 있었다. 비를 잔뜩 먹은 흰 티가 아빠의 퉁퉁한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엄마한테 젊은 시절 모습을 한 아빠가 여기로 오고 있다고 말하니 엄마는 좋았는지 싫었는지 웃으면서 저리 치우라고 했다. 실실거리는 아빠 얼굴에서 형이 보였다. 어제는 자다가 전화를 받은 아빠와 통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