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오후에 일이 있어 농협에 갔답니다.
면 단위 시골 동네의 농협이라 보통 때도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렇지, 진짜 아무도 없었습니다.
코로나의 위력은 청정지역 강화도에까지 파급을 미쳤습니다.
농협 주차장에는 호떡을 만들어 파는 트럭이 있었습니다.
호떡 장수는 뭘 보고 여기에 전을 펼쳤을까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강화읍 농협이나 전등사 밑 온수리에 자리를 펴야지, 이곳에서는 별 재미를 못 볼 텐데 왜 여기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안 된 마음이 들어 호떡을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경기가 좀 풀릴 때까지 돈을 아껴쓰기로 했지만 그 호떡만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호떡 장수에게 물어봤습니다.
"호떡, 어떻게 해요?"
"4개에 3,000 원입니다."
원래는 하나만 사서 맛볼 생각이었는데 4개에 3천 원이라니 견물생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또 솔직하게 말하자면 호떡 한 개만 달라고 하기에는 뭔가 그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차장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러니 호떡을 구워봐야 사먹을 사람도 없다는 소리지요.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이었어요.
4개 달라고 했더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먼저 주문한 사람이 있다면서 아주머니는 열심히 호떡을 만들었어요.
호떡 굽는 것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아저씨 한 분이 와서 두 봉지나 사갔습니다.
6천 원 어치를 주문했는데 호떡 장수가 한 개를 더 끼워서 9개를 줍니다.
그리고도 또 4개 더 구워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나서야 제 차례가 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호떡을 주문해놓고 농협에서 볼 일 보고 나와서 찾아간 것입니다.
호떡을 사들고 하점면에 사는 지인에게 가려고 전화를 했더니 출타중이었습니다.
나 혼자서 호떡 4개를 다 먹을 수는 없고 어쩐다지?
그때 퍼뜩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호떡 들고 봉장(蜂場)으로 가야겠다.
김선생과 정사장이 일하고 있을테니 잘 됐다...'
최근에 새로 봉장을 마련해서 집에 있던 벌들을 그곳으로 옮겼습니다.
우리 집은 벌 키우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집 뒤에 산이 있지만 그래도 거리가 좀 있습니다.
벌들을 위해서는 산 아래 봉장이 있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산에 밀원식물이 많으면 더 좋겠지요.
예를 들어 아카시아 나무가 많다거나 하면 벌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새로 장만한 봉장은 산 아래 있습니다.
뒤에는 아카시아 나무도 많습니다.
가을이면 들국화 세상이 됩니다.
벌이 꿀을 따러 멀리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되니 봉장으로는 최고입니다.
* 봉장(蜂場) : 벌통을 놓고 양봉을 하는 장소
봉장으로 갔더니 과연 두 사람이 가열차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5톤 트럭도 하나 와있었는데 벌통을 싣고 온 차였습니다.
그 벌통들을 하우스 안으로 나르고 있었습니다.
지금 3월은 벌의 숫자를 늘리는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벌을 치는 목적은 꽃꿀을 뜨기 위함입니다.
그러자면 아카시아꽃이 피기 전에 벌들의 세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일을 잘 할 벌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벌의 일생은 대개 4개월 정도 됩니다.
벌은 알에서 깨어나서 생명이 다할 때까지 단계별로 하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린 벌이 하는 일이 있고 어른 벌이 맡는 역할이 또 따로 있습니다.
꿀을 따오는 일은 어른 벌이 합니다.
대개 태어난 지 20일이 지난 벌들이 이 일을 맡습니다.
아카시아꽃은 5월에 핍니다.
그때에 맞게 벌을 산란시키고 키워야 합니다.
꿀을 따올 수 있는 벌을 많이 키워야 합니다.
* 꿀벌의 생애 주기와 하는 일
태어난 지 20일까지 일벌의 주요 업무는 벌통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내역봉(內役蜂)이라고 부릅니다.
주요 업무는 여왕벌의 시중과 집 청소, 애벌레 기르기, 꿀의 전화 작업과 밀랍으로 집을 짓는 조소 작업이 있습니다.
태어난 지 1~3일 된 꿀벌은 로열젤리를 분비해 애벌레와 여왕벌을 보육을 담당합니다.
4~6일이 되면 날아 올라 집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파악합니다.
태어난 지 20일이 지난 일벌은 벌통 바깥으로 나가 일을 합니다. 이런 벌을 외역봉(外役봉)이라고 합니다.
외역봉은 꿀, 화분, 물, 포르폴리스를 채집해 옵니다.
꿀벌이 나이가 들고 힘이 떨어지면 집을 지키는 경비병으로 활동합니다.
벌통 근처에 사람이 접근하면 경비병 벌이 어느샌가 달려듭니다.
경비병 벌은 위기 상황에서는 집단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칩니다.
벌침을 쏘아 침입자를 몰아냅니다.
벌침을 쏘면 그 벌은 죽습니다. 벌침에 내장이 따라나오기 때문에 벌은 죽습니다.
남편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화도의 고려산 자락에서 벌을 치는 정사장님이 와서 일을 도와줍니다.
정사장은 여왕벌을 키우고 벌의 개체 수를 늘리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 일은 아무나 못하는 기술입니다.
두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저는 또 다른 것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봉장 근처에 어떤 꽃이 피어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아직은 때가 일러 별다른 꽃은 없었습니다.
봉장 근처에 버들강아지 나무가 있었습니다.
버들강아지도 꽃이 핍니다.
자잘한 꽃술에 꽃가루며 꽃꿀이 들어 있을 겁니다.
꿀이 귀한 지금 같은 철에는 그 정도도 괜찮은지 벌들이 찾아옵니다.
제가 보기에는 얻을 게 별로 없어 보이는데도 벌들은 부지런히 이 꽃술 저 꽃술에 입을 댑니다.
꿀벌이 잉잉대며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세상은 어지럽고 혼탁하지만 자연은 변함없이 순리대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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