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학교, 선택의 기로... 꿀벌학교에 입학하다
진운(남편)은 늘 오토바이를 꿈꿨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픈 욕망에 몸을 떨었습니다. 그가 오토바이를 꿈꾸게 된 것은 베트남에서 겨울을 보낸 뒤 부터입니다.
2017년 8월 31일 자로 진운은 33년간 봉직했던 교직을 그만 두었습니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퇴직했으니 이름 하여 '명퇴', 즉 '명예 퇴직'을 한 셈이지요. 그가 교직을 그만둔 것에는 여러 까닭이 있었지만 꿀벌을 키우기 위함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아니, 벌을 치기 위해 선생을 그만둔다고? 퇴직을 하는 이유치고는 참 독특하고 희한합니다.
▲ 야자수 나무가 남쪽 나라 임을 말해주는, 베트남 나트랑 근교의 시골 마을. 화물을 실은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꿀벌을 치게 된 진운은 점점 벌치기의 재미에 빠져 들었습니다. 2015년 봄에 꿀벌 한 통으로 시작한 양봉은 그해 여름에 4통이 되었고 가을에는 6통이 되어 있었어요. 아침형 인간인 그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벌을 살펴보고 아침 먹고 학교로 출근했습니다. 퇴근해서도 벌통을 열어보며 벌들의 안위를 점검했으니 그의 이른 가상한 노력 덕분인지 벌통이 그렇게 늘어났던 것입니다.
그 정도에서 멈췄어야 했어요. 벌통을 더 늘이지 말고 딱 그 선에서 재미로 벌을 쳤으면 좋았을 텐데 진운은 더 나아갔습니다. 벌의 세계에 흠뻑 빠져버린 그는 양봉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또 출근 전과 퇴근 후에 꿀벌 돌보기를 성실히 했습니다. 그랬더니 벌들이 자꾸 늘어났습니다.
1통으로 시작한 벌통이 벌을 친 지 3년째인 2017년에는 20통도 넘게 불었습니다. 집 뒤 안에 놔두었던 벌통들도 텃밭으로 옮겼습니다. 100평 남짓 되는 텃밭을 아예 양봉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진운에게 양봉은 재미있는 놀이이자 은퇴 뒤를 꿈 꿀 수 있는 희망 발전소였습니다. 그는 양봉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습니다. 꿀벌을 치면 날마다 활기차게 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달콤하고 건강한 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벌에게서 얻는 봉산물들을 팔아 수입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 벌을 치는 일은 벌과의 "기 싸움"이기도 합니다.
20통이 넘는 벌통을 관리하자면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고 힘도 많이 듭니다. 아무리 그가 아침형 인간이라 해도 벌통을 점검하고 학교에 가자면 마음이 급했을 겁니다. 또 기운도 많이 빠졌을 겁니다.
몸이 힘든 것은 견딜 만 했습니다. 그보다 더 그를 괴롭히는 것은 벌과의 신경전이었습니다. 벌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생명체에게는 맹렬하게 대응합니다. 벌로부터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충복을 입어도 벌에게 쏘이는 게 다반사입니다.
벌통을 열고 안을 점검하노라면 화가 난 벌들이 덤벼듭니다. 벌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훈연기를 피우지만 그래도 화난 벌들을 다 진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적의에 찬 날갯짓 소리는 유쾌하지 않습니다. 웅웅대며 덤비는 그 소리는 마치 눈을 부라리며 "뭐야? 왜 가만히 있는데 건드려?"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 여왕벌과 시녀벌들. 가운데 있는 벌이 여왕벌이다.
성이 난 벌들과 씨름하며 벌통 안을 다 점검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집니다. 진운은 선택해야 했습니다. 벌치는 것을 그만 둘 것인가, 아니면 아예 학교를 그만둘 것인가. 진운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학교도 계속 다니고 벌도 계속 치고 싶다면 벌통 수를 줄이면 됩니다. 힘에 부치지 않을 정도로만 벌을 치면 부대끼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진운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학교를 그만 두었습니다.
진운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원 없이 사랑했고, 아이들로부터 원 없이 사랑받았어. 그러면 된 거야. 이제 그만둬도 아쉽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진운은 학교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학교로 갔습니다. 이번 학교에서 그는 선생이 아니라 학생입니다. 그가 간 학교는 '꿀벌 학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