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

2017 8 10 니스의 밤

by 이오늘


#1.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은 무엇으로부터 오는 걸까. 여행을 떠나왔다는 사실, 좋은 경치를 앞에 둔 식사, 일하지 않은 며칠의 시간, 설레는 하루의 계획, 더 바랄 것이 없는 마음. 잘 모르겠지만, 이 전부를 가진 날이었다. 예전엔 아름다웠던 시간이 지난 뒤 '그때 참 좋았지' 깨닫곤 했는데, 이젠 지나지 않아도 안다. 이 순간을 얼마나 자주, 오래 추억할지 셈하는 일도 가능하다. 눈치가 빨라진 건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이다. 나란히 어른이 된 ㅅ과 함께 해변을 걷다가 '지금을 오래 그리워하겠구나' 생각했다.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2. '샤갈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생폴 드 방스에 들렀다. 샤갈은 세상을 떠나기 전 20여 년 간을 이곳에서 살았다. 높은 성벽에 둘러싸인 마을은 16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니스에서 이곳까지 버스로 한 시간을 달리는 동안, "지금 16세기로 가는 거야!"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ㅅ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며 몇 번 맞장구를 쳐주다 잠이 (드는 척했다) 들었다. 그대로 간직한 것과 잃어버린 것들, 기억하고 있는 것과 기억할 수 없는 것들. 결국 변해버린 것들은 변하지 않은 것들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지금 꼭 지키고 싶은 마음도 그렇게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이 창밖으로 16세기의 성벽이 보였다. 어쩐지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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