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날, 마지막 빵
오늘이다.
출산예정일.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주르륵 따끈하게 흐르는 느낌은 임박했다는 신호였다.
"여보, 양수가 흐르는 것 같아."
"아, 정말? 어쩌지?"
오늘에 대해 많이 상상해 봤지만 막상 그날이 되고 보니 두근두근 떨리기만 했다. 미리 준비해 둔 출산용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 아가 만나시죠."
산부인과 의사가 말했다. 오늘이 예정일이고 몸의 변화도 있으니 곧 진통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곧 입원 수속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고통이 너무너무 무섭기도 했지만, 예쁜 아가를 빨리 만나고 싶었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나 잘할 수 있겠지? 눈빛으로 나를 믿어달라 애원했다.
"4센티 열렸네요."
이것이 진통인가 하는 약간 애매한 느낌. 아 그냥 극악의 고통을 맛보고 순풍 낳고 싶은데 지지부진한 이 상황은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선생님 애 언제 나와요. 유도분만제 맞았잖아요.
"아직 4센티네요."
내진 지옥. 진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내진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4센티인가. 4센티만 열리면 금방이라더니. 7시에 입원해서 5시간이 넘어가는데도 진통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오히려 졸음이 와서 물어보니 졸리면 자도 된단다. 진통하다 잠을 잘 줄은 몰랐다. 애가 오늘 나오긴 나오는 걸까? 남편은 양가 어머님들과 통화하느라 바빴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배가 고팠다. 진통 중에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만, 그때 생각난 하나의 빵. 그것은 보름달빵이었다.
"여보, 나 보름달 빵 먹고 싶어."
"어? 뭐라고?"
산통 중인 여자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보름달 빵. 두 개의 카스텔라 사이에 딸기크림이 들어간 동그란 빵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빵도 아닌데 갑자기 왜 그 빵이 생각난 건지 모르겠다.
진통은 다시 시작되었고, 내진을 하던 의사는 4센티에서 진행이 안 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저녁 7시.
진통의 고통이 점점 심해지는데 반해, 골반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남편과 의사가 나누고 있었다. 아기는 나올 준비를 마치고 벌써 골반에 머리가 끼어있는 상태라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잊을 수 없는 말도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12시간 진통 끝에 제왕절개라는 분만의 제일 안 좋은 케이스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수술할걸.
퇴원 후 남편이 보름달 빵을 사 왔다. 이제 막 태어난 우리 아기의 볼처럼 부드럽고 촉촉했다. 그날, 얼른 아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이런 부드러운 촉감의 빵이 생각났었나 보다. 폭신한 보름달빵,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 이 부드러움을 꼭 맛보고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