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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3. 2024

겨울의 최애 간식 호떡

가격아 오르지 마

겨울 하면 군고구마, 붕어빵, 계란빵, 어묵과 같은 겨울간식이 떠오르지 않을까?

동장군이 나의 손발과 귀를 빼앗아 갈 거 같은 추운 날씨여도 

겨울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건 겨울간식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지...


그중 나의 최애 간식은 호떡

넓은 판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호떡 반죽을 적당히 떼어 내어

그 안에 소를 넣고 판에 올려놓은 뒤 누르개로(정확한 명칭은 모른다) 꾹 눌러준다. 

꾹 눌러진 반죽 위로 골고루 익으라고 기름을 몇 번 끼얹어 준다음 

반죽이 살짝 부풀어 오르면 싹 뒤집는다. (누르개가 뒤집개도 된다... 신기해랴)

밑으로 내려가 반죽들도 잘 익어지면

사장님이 종이에 싸서 잘 담아준다. 

뜨거운 호떡을 호호 불어가며 뜯어먹는다.

호떡 안에 녹은 설탕에 혓바닥이 데이지 않게, 또 옷에 흐르지 않게 조심조심 먹지만

칠칠맞은 나는 꼭 둘 중의 하나는 당첨된다.

그렇게 호떡은 겨울 즐거움이었는데,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이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한동안 호떡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첫째를 출산하고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시댁과 같은 아파트로 이사 왔다. 

우리 아파트는 정문 앞에 매일 하나의 가게가 일일장터로 오는데 

매주 화, 금은 바로 호떡아저씨가 오셨다. 

드디어 나의 최애 간식을 멀리 가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둘째도 출산하고, 육아휴직으로 가계의 수입이 대폭 줄었을 때도 

유모차에 딸을 태우고선 호떡을 하나 사서 아파트 정자에서 먹으면

서러우면서 그렇게 꿀 맛이었다. 

"넌 아직 호떡 못 먹어 다행이다. 나만 먹을 수 있어서..."


시간이 흘러 어느덧 일곱 살이 된 둘째

지금은 두 아이들이 호떡에다가 어묵까지 먹느라 나의 지갑이 얇아지지만

이러려고 직장을 다니는 거니

"그까짓 거 티니핑보다 훨씬 싸니 많이 사줄게."


서민 간식 호떡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껑충 오르더니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사장님도 기름값 반죽값이 너무 오른다고 하는데

물가들아 내려가는 건 고사하고, 그만 올라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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