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창업은 처음이라...

by 경험디자이너


태어나 처음 해보는 창업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우선 사무실을 구하고 명함을 만드는 작업부터 하기로 했다. 자본금을 넉넉히 가지고 한 창업이 아니라 5명에서 조금씩 낸 돈으로 해결해야 했기에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였다. 구하면 찾는다고 했던가.

발품을 열심히 팔던 중 공동사무실 개념의 공간을 찾았다. 말하자면 전전세의 개념이다.

사무실을 구한 세입자가 혼자 쓰기에는 장소도 넓고 월세도 부담이기에 같이 쓸 세입자를 구하는 방식이다. 보증금도 필요 없이 월세만 같이 나누어서 내면 되기에 우리에게 딱 맞는 조건이었다. 우리가 구한 사무실의 세입자는 무역업을 하시는 분으로 직원 없이 혼자서 한 달의 반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니는 분이었다.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기에 마치 우리만의 사무실인 듯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처음으로 대표라는 직위가 찍혀있는 명함을 만들고 나니 그 무게감보다는 들뜬 기분을 종잡기 어려웠다.

사무실을 구하고 명함 하나 판 게 전부였는데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밀려왔다.

그 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매일 삽질의 연속이었다.

직장에서 근무할 때는 한 달이 지나면 꼬박꼬박 나오는 것이 월급이었는데 사업은 몇 달이 지나도 돈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돈이 들어가는 이상한 구조였다. 사업의 사도 모르는 초보였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자신감은 어느새 자괴감으로 변해있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활동을 개시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이다. 그때까지도 우린 단돈 만 원의 수익도 내지 못한 상태였다. 팀은 내부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팀원 중 한 명이 잠적하고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의료관광 상품을 구성하기 위해 요트 소유주와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던 과정이었는데 담당자인 팀원이 프로젝트 도중에 잠적하여 버린 것이다.

사업은 신용이 생명이라고 했는데 부득이하게 그 요트 소유주에게 큰 실례를 범했다. 그 프로젝트는 시작도 못 하고 엎어졌고 그 뒤로 한 달 가까이 팀원과 연락은 되지 않았다. 젊은 나이였고 정도에서 벗어난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다. 그 팀원의 집이라도 알아내서 찾아가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첫 번째 팀원은 어이없게도 그렇게 떠났다. 훗날 연락이 와서 자신이 그때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그랬다며 용서 아닌 용서를 구했지만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나니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내부적으로 이렇다 할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역시나 수익성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몰랐지만 나와서 돈을 번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처음으로 깨달았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경외감까지 들었다. 1년쯤 되었을 때는 회사를 접어야 하는지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다.


지금이라도 빨리 손을 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고작 1년 해보고 접자니 열심히 한 시간에 대한 본전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창업은 하기가 쉬우나 끝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절실히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사업을 끝낼지 계속할지 진퇴양난에 빠져 있을 무렵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두 번째로 이탈하는 팀원이 나왔다. 이유인즉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본인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며 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팀원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내가 더 미안했다. 대표라는 직함의 무게가 몸으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도 팀원이 떠나고 새로운 팀원이 들어오는 과정은 반복되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더는 사업을 접을지 계속할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고 현실에 직면한 문제를 피하지 않고 맞서면서 해결했다.


어떻게 나 자신에게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해답은 간단했다. 좀 더 무식해지기로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보다도 말이다.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신중함이 생긴다. 문제는 이 신중함이라는 녀석이 한 번씩 심술을 부리는 날에는 우리 몸을 옴짝달싹도 못 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무식함인데 이것은 경험과 반비례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무식은 작아지며 유식이 커진다. 유식이 커지면 반대로 용기가 작아진다. 아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그렇다. 무식은 용기를 불러온다.

내게 정작 필요한 것은 용기였다. 불확실한 미래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용기가 필요했다. 그 무식한 용기 덕분에 다행히 고민의 귀로에 설 때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 중이다.

무식함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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