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봤다면 열광했을까? 재밌었을까?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사람들이 자주 보는 움짤이나 모음집 같은 것들이 많이 올라온다. 그중에서도 영화 속 ‘키스신 모음’ 같은 것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내가 뭔가 자주 검색하거나 그래서 그런 거 아니다. 전혀 상관없다. 알고리즘 무슨 일이야?)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바로 ‘김종욱 찾기’의 한 장면이다. 잠자고 있는 공유를 몰래, 유심히 지켜보던 임수정은 그 커다란 눈을 살포시 감고는 공유에게 입을 맞춘다. 그 순간 공유가 눈을 떠서 서로 깜짝 놀라는 모습의 이 영상은, 이 영화를 유명하게 만든 포인트이자 엑기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 영화, 한 번 봐볼까?
2010년도 개봉.
주연 배우는 공유와 임수정
그 당시 약 112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나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미 흥미가 떨어지고 집중하기 싫어졌다. 집중이 안된 것이 아니라 집중하기가 ‘싫었다’.
그 당시의 연출 방식이 10년이 지난 지금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지만, 정말 좋은 영화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사랑받기에는 적합했으나, 지금은 사랑받기 부족한 느낌.
임수정(서기우)의 아버지는 결혼을 하지 않는 딸내미를 어떻게든 시집보내고 싶어서,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딸을 공유(한기준)가 운영하는 ‘첫사랑 찾기 사무소’에 탐색을 의뢰하고 그들은 ‘김종욱’이라는 이름만 아는 그녀의 첫사랑을 찾기 시작한다는 내용. 이에 얽힌 공유와 임수정의 로맨스 드라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캐릭터를 설명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이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 연출가로 일하고 있는 임수정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을 하고 다닌다. 파마를 한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린 듯한 스타일에 오래된 청바지, 후드 집업을 입고 뭔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쓰며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를 그만 보고 싶었다.
군인인 임수정의 아버지는 등장하면서부터 전화로 “체계적으로 처리를 하란 말이야”라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던지고, 딸들은 퇴근하고 오시는 아버지에게 헐레벌떡 거수경례를 한 뒤에 후다닥 달려간다. 군인 아버지는 딸들에게도 늘 무뚝뚝하고 체계적인 형식과 겉치레를 요구하고, 딱딱한 모습이실까? 그렇지 않은 군인 아버지를 표현할 순 없었을까. 아 이 얼마나 고리타분한 방식이고, 한 직업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주는 연출이란 말인가.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이런 장면의 반복이라 나는 갈수록 지쳐갔다.
하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식이,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이미지를 굳히는 방식의 영화라면 나는 이 영화를 굳이 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뻔해 보이는 영화에서 나는 어떤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고른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붙잡고 있는 내 시간이 한없이 아깝게 느껴져서 영화가 끝나고 춤을 췄다. 그 당시에는 이게 가장 심금을 울리고 마음이 포근해지며 웃음이 절로 나오는 로맨스 영화였을까.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뿐이지 그때는 그랬을까.
나도 차라리 2010년도에 이 영화를 봤더라면 좋았을 걸 후회가 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10년 후인 지금은 이 영화를 다시 들춰보지 말걸. 연극으로 너무 큰 인가를 끌었던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 이후에 큰 호평을 받았을는지, 아님 수많은 비평과 비난에 묻혔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알고 싶지도 않다. 공유는 멋있고, 임수정은 예쁘지만 영화는 고리타분하고 뻔해서 지루한 옛날이야기 하품하며 듣는 느낌. 나는 개인적으로 노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