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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Feb 16. 2022

<프렌치 디스패치(2021)> 리뷰

'웨스 앤더슨'이라는 장르, 그 매력을 가득 담은 소품집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많은 영화 마니아 분들처럼, 필자 역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웨스 앤더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특유의 파스텔톤 가득한 색감, 정사각과 세로 화면을 고집하는 뚝심, 그리고 어딘지 구름 위에 떠있는 듯 독특한 스토리까지! 당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보인 영화와 더불어 웨스 앤더슨독특한 스타일은 필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는 런 그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아니 어쩌면 더욱 강렬해진 작품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프렌치 디스패치>와 그 기저에 자리 잡은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의 매력,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의 이전 작품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의 비교를 통해서 말이다.





Good Point #1. 매력적인 파스텔톤 색감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웨스 앤더슨의 영화 매력적 첫 번째 이유진하지만 부드러운, 매력적이고 레트로한 파스텔톤 색감과 질감 있다. 는 웨스 앤더슨의 독특한 스토리 어우러져 영화에서 찾기 어려운 따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일등공신이자, 관객에게 특별한 체험을 가능케 만들어 주는 요소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심심찮게 활용된 '흑백 톤'인데, 여기에서 필자는 문득 웨스 앤더슨이 과거의 영화, 혹은 과거의 특정 시점 그 자체에 대 향수를 기반으로 영화를 구성하는 감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그의 '필살기' 중 하나인 이런 파스텔톤의 색감도 어쩌면 이러한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일지도?



Good Point #2. 익살스럽고 아기자기한 스토리 텔링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본디 익살스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웨스 앤더슨의 '가벼운 스토리 텔링' 방식은 과거 다소 헤비할 수 있는 주제인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굉장히 가볍고, 또 유쾌한 작품으로 만든 바 있다. 결국 파스텔 톤의 화사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에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신선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야 말로 웨스 앤더슨이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프렌치 디스패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굉장히 익살스럽지만, 장난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 속의 사건들과 인물들, 심지어 배우들 모두가 상당히 희화화되어 관객들 입장에서는 진지해질 여지가 크게 없긴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할 진지함'을 잃지는 않으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특히 배우들마저도 본인이 이 영화 이전에 가지고 있었을 그들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벗어던지고 엄연히 극의 일부로서, 즉 웨스 앤더슨의 장기말 중 하나로서 스스로를 한정 짓고 기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재미라고도 할 수 있겠다(그런 것이 가능하기에 그들에게 '명배우' 타이틀이 붙은 것 일터).



Good Point #3. 정사각 & 세로 화면 특유의 매력

이 영화의 오프닝. 맨 위의 'THE FRENCH DISPATCH'는 1) 건물의 이름이자, 2)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로 두 가지의 기능을 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다른 무엇보다 웨스 앤더슨을 영화계의 이단아로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아마도 그 특유의 화면 아닐까. 영화계에 불어닥친 아이맥스 열풍에 아랑곳 않고 정사각 혹은 세로 화면을 고집하, 일종의 강박처럼 느껴는 웨스 앤더슨의 화면 구성은 이 영화판에서 유일무이한 것이라 봐도 좋을 듯하다(적어도 메이저 영화들 중에서는 말이다).


이번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는 심지어 그런 면이 한층 더 강해졌다. 그리 많진 않지만, 웨스 앤더슨은 마치 "세로 화면의 끝을 보여주겠다!" 선언한 듯 세로 화면에서 그 효과가 배가 되는 장면들을 몇몇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많은 관객들이 '아~ 왜 이 양반이 세로 화면을 고집하는지 알 것도 같네!'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때문에 앞으로 그가 단순히 화면을 세로로 두는 것 이상의 어떤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의 영화에 기대해볼 만한 포인트가 또 하나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Good Point #4. 화려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출연진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 못잖게 이 영화의 출연진은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언급을 뒤로 미룬 이유는 이 영화가 단순히 출연진의 이름값에 기댄 작품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굴 먼저 언급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로 호화로운 명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딱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그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웨스 앤더슨, 즉 스토리, 색감, 스타일,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세계이기 때문이다. 




Bad Point. 옴니버스 식 구성이 불러온 부작용들


이제는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보자. 필자는 <프렌치 디스패치>가 이전 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비해서 다소 아쉽다는 평을 듣는 이유들이 오로지 이 영화의 '옴니버스식 구성이 가지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생각한다. 물론 더 깊게 파고들면 이외의 단점이 더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이 점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역시 이번 작품과 마찬가지로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재미있게도 이중 많은 이들이 '웨스 앤더슨 사단'으로서 <프렌치 디스패치>에 또다시 얼굴을 비춘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는 구성이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어디까지나 그 안에서 이야기들을 한정하고, 조합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이야기에 잘, 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 <프렌치 디스패치>의 여섯 가지(혹은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는 제 아무리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매거진의 일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들, 결국 아예 별개의 이야기인 만큼 각 에피소드에 모두 동일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끝까지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데에서 큰 한계를 갖는다. 웬만하면 영화를 보면서 졸지 않는 편인 필자가 마지막 에피소드 도입부 이후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프렌치 디스패치>는 '보기 쉽고 편한 작품'은 결코 아니었다(참고로 필자는 과거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타샤 튜더>를 보고 깊은 숙면을 취한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존 적이 없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또 각 에피소드들 모두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만큼 긴장감이 자주 오르락내리락하고, 한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진폭이 존재하기에 결국 관객에게 지루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역시 이 영화의 명백한 한계. 결국 영화를 전체적으로 가볍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옴니버스 식 스토리 구성이 꽤나 웨스 앤더슨의 스토리 구성 방식에 부합했지만, 그 하나의 장점을 보고 사용하기에는 단점들이 너무나 치명적이었던 것 아닐지. 


(분명 아예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기에 이는 그저 옴니버스 식 영화가 필연적으로 갖는 한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마니아들에게 있어서는 다른 옴니버스 형식 영화들을 좀 더 보면서 이게 이 영화만의 단점은 아니었을지 한 번 진득하게 판단해 볼 기회가 되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이제는 '새로운 장르'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프렌치 디스패치>는 분명 과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그랬듯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의 영역에 어느 정도 걸쳐 있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저 위의 포스터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장 웨스 앤더슨 다운 영화'이기는 했으나, 대중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너무 웨스 앤더슨 답고자 노력하다가 선을 좀 넘어버렸다는 점이 아쉬울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스 앤더슨은 이미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다는 점에서 현재보다 미래가 촉망받는 감독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렌치 디스패치>는 그저 그의 수많은 습작들 중 하나였다 생각하며, 앞으로 이러한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진화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또 그가 그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때 과연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지에 대한 기대를 앞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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