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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들 수 없는 새벽

가 보지 않은 길을 걷기로 한 모든 이들에게

by 김트루

밤새 흥건해진 땀에 몸은 끈적하고, 모기는 뜯어대고. 도무지 이대론 잠을 잘 수가 없어 침대를 박차고 나와 샤워를 하고 나니 새벽 4시 52분. 다시 잘까, 싶었지만 굳이 방에 불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왠지, 뜬 눈이 다시 감기질 않았다.


간 밤에 꾼 꿈이 원인이었을까. 기억 속 나는 어떤 기술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되어 하얀 가운을 입고 연수를 받고 있었다. 면접을 보긴 했지만, 나와 동떨어진 분야였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가 덜컥 합격을 한지라 스스로가 상당히 상기된 상태였던 것도 기억이 나고, 내 왼쪽 귀가 울리는 병으로 인해 모종의 장치로 울림을 막고 있다고 선배에게 설명한 것도 기억난다(실제로 내 귀는 매우 건강하지만).


다 섞어 놓으니 ‘개꿈인가’ 싶긴 해도, 적어도 꿈속의 나는 했다. 취업을.






벌써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구직활동 가운데 몇 차례의 면접에 떨어졌고, 수십여 차례의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라는 서류 불합격 안내 메일과 문자를 받았다. 전에 없이 얼어붙은 취업시장 때문인지, 직장인으로서 한창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인 3년 차에 그만둔 것에 대한 벌인지. 예상 이상으로 공백기가 길어져만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런 꿈이라니. 그만큼 나 자신이 간절해져 있기에 꾼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나이를 먹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한층 더 크게 몰려오는 지금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예 위로가 되는 부분이 없진 않다. 꿈속에서의 나 역시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전과 전혀 다른 길을 가기로 선택했다는 점. 물론 현실과 달리 ‘그 녀석’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독 극복한 상태였던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나 역시도 그런 걸 극복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진 않을는지.


분야는 비슷하나 직무가 달라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며칠 뒤의 면접,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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