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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an 10. 2021

01. 시작이 반이다.

취업, 그 시작을 두려워하고 있을 당신에게

저는 작년 12월, 서른으로 꺾이기 직전에 저는 겨우 사회인이 되는 '막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재수까지 해가며 겨우겨우 들어간 대학. 외국어를 좋아해서 선택했던 전공과목이 저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무려 2년 반이라는 세월이 걸렸더랬죠.

그 이후 휴학 2년, 졸업유예 1년. 무려 3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해왔던 '취준'이라는 이름의 길 찾기 끝에 저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직무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우리네 많은 취준생들이 지금 그러하듯, 과거 그러했듯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축하를 건네받는 그 상황 속에서도, 저 자신만큼은 전혀 기쁘지가 않았습니다.


이제 오래도록 알바와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입에 풀칠만 해야 했던 생활과, 쓸 때마다 구역질이 나오는 자소서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취업을 해 사회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던 친구들처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안 좋은 회사도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 좋은 환경이에요. 중소기업이라지만 중견급이라 규모도 꽤 크고, 코로나에 영향조차 받지 않는 분야에, 업계 내에서도 최상위권의 탄탄한 입지를 가진, 게다가 집과도 가까운 위치의 회사였기에 해가 다르게 약해져만 가시는 부모님과, 그리고 6년을 저와 함께하며 앞으로도 그러기를 꿈꾸는 소중한 여자친구에게는 너무나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어 정말 기뻤지만, 내가 원하는, 도전하고 싶었던 직무에는 결국 취업하지 못했다는 사실만큼은 스스로가 마치 세상과의 기나긴 싸움 끝에 패배한 뒤 '타협'이라는 선택을 하고 만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나도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현실을 인정'하고, 이대로 사회에 무릎 꿇리고 만 것인가 싶어서, 한 동안 기뻐할 수도, 웃을 수조차 없었습니다(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배부르고 욕심 많은 소리처럼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제게 있어서 제가 하고 싶은 직무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돈을 잘 벌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입사 후 한 달을 갓 보낸 지금은, 놀랍게도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1. '사회인이 된다'는 것, 그 자체는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 어디까지나 입사를 한다는 것 그 자체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저도 그건 더 오랜 시간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건 훨씬 더 깊은 문제이니...


2.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은 분명 존재하며, 그게 내 앞길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 장기적으로 내 인생의 커리어를 그려가는 데 있어서는 혼자서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직접 일하며 겪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들어가서 일하면서도 충분히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요(물론 그럴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3.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은, 그만큼의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 몇십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했던 과거와, 첫 월급을 받은 이후의 제 생활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금전적, 심리적 안정감이 더해지니 보다 여유를 갖고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학교에서 배우는 '매슬로우의 5가지 욕구 단계설'에서도 가장 밑에 있는 생리적,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맨 위의 자아실현 욕구까지 이어질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나 저처럼 생각이 많고,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타입인 분들에게는 일단 무언가에 겁 없이 뛰어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꽤나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남들보다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실 터이니, 뭘 시작하든 크게 후회할 선택은 하지 않으실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에게는 이런 방법이 약이 되었지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우선 성찰하신 다음 취업을 바로 하시거나, 취준을 조금 더 하시거나 하는 식으로 본인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합니다. 본인이 생각이 많으면 저처럼 일단 뛰어들어 보시고, 본인이 행동을 먼저 하는 타입이시면 조금 더 힘들더라도 생각을 많이 하는 식으로요. 거기에 더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본인 스스로 뿐 아니라 주변에도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생각하시면 보다 만족스러운 스타트를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돌아보니'평생 직업을 찾자!'는 마음에 지금까지 사회인이 되기를 미루고 미루며 버텨왔고, 나도 모르는 사이 시작이 어려워지고, 두려워져버리기까지 했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친구들과 여자친구가 제게 '일단 뭐라도 시작해보라'며 조언해준 적이 있었는데, 직접 일해보고 나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머리뿐만 아니라 피부로 와 닿아요. 이제 와서야 새삼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제가 부족해서 닿지 못했던 그 분야로의 도전을 다시금 하게 될지, 이 분야에서 뿌리를 내리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저 이제는 지금의 이 열정과 추진력을 잃지 않기를, 안정감에 취해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잊고 살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합니다.


그저 그러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가 닿고자 하는 그 어떤 곳에 나도 모르는 새 가있게 되지 않을까 믿으면서,

그 무엇 하나 정해져 있는 것이 없기에, 우리의 미래가 더 멋진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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