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이야기는 눈이 올 때 해야겠죠...?
얼마 전, 참으로 오랜만에 '눈 다운 눈'이 내렸던 다음 날 오전, 출근길에 아무도 밟지 않은 소복한 눈밭을 걸을 기회가 생겼습니다(인적이 많은 곳이었을 텐데 참 신기한 일이었어요 한 편으로는).
거무튀튀한 진눈깨비는 물론, 그 흔한 발자국 한 점 찾을 수 없었던 새하얀 대지.
그런데 그곳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자, 정말 '온 세계가 하얗게, 내 마음도 하얗게 물드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를 난생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뭔가가 내 안에서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랄까요? 마음속의 모든 고민이나 걱정이 사악- 하고 새하얀 눈 밑에 파묻혀 사라지는...
그리고 정말 찰나의 순간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눈이 잠시 덮어주고 나니 오로지 지금의 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더군요. 나는 누구이며, 내가 지금 어떤 존재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들을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했습니다. 회사에 들어와서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치고, 이제는 점점 그 생활에 익숙해져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을 조금 멈추려던 타이밍에 그런 생각이 드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 내가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야지. 그런 삶을 선택하지는 말아야지'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오늘도 눈이 펑펑 옵니다.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오랜만에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하네요 감사하게도.
덕분에 내리는 눈을 보며 글을 쓰는 행복을 느끼면서, '새하얀 대지' 위에서 품었던 그 마음 역시 잊지 말자고 다짐해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