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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Nov 28. 2017

저는 이미 망했나요?

그러니 저는 망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일은 왜 하는 거 같냐는 질문에

덜 억울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닌가요 덜 손해 보기 위해서요.

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참 철없을 때인데 그때 대답은 나름 참 괜찮은 대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서울 상경기에는 기약 없음, 희망 없음, 현재 진행형, 미래 모름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일에 만족하고 즐거워하지만 이게 10년 20년 나를 먹여 살려주는지

부모님들이 안정적으로 봐주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하루하루를 버텨내는데 급급했는데

웃기게도 저는 청년들의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팀에 있었다가

공간 매니저라는 직함도 달아봤다가 무슨.. 카페 점장이 되었다가

팟캐스트 제작피디가 되었다가 장터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일에 너무 많은걸 부여한다고 하지만

사실 일만큼 자신을 설명할 방법도 좋은 수식어도 없는 것도 사실이죠.


탁월하게 일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어떤 회사나 직함보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러고 보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권한 같은걸 준 적이 없는데 제가 그들에게 부여한 건가 싶기도 하네요.


수준 높게 일하는 어떤 팀을 보았습니다.

보란 듯이 펼쳐지는 전문용어와 데이터들 그리고 강단 있는 문장들.


저는 에티튜드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엔 일과 삶의 전환에 대한 콘퍼런스를 듣고 왔는데요.

거기선 꽤나 많은 스페셜리스트들이 있었습니다.

앞에 서서 자신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발표했습니다.


설렘으로 가득 차야 할 이야기들에서

저는 왜 막막함이 느껴졌나요.


일의 개념과 변화의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들과

출판사에 대한 마케팅과 높고 넓었던 좋은 공간에서

왜 제 고민은 마냥 작아졌나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말,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그런 말,

그 단순한 질문은 왜 이렇게 대답하기가 어렵게 되었나요.


저는 이미 망했나요.

그래도 저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다짐들을 하였습니다.


웃기게도.

이런 메시지들은 마치 부추기는 거와 같죠.

여기 네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줄 테니 일어나.

여기까지 왔으면 너는 아직 망하지 않았어 라고요.


https://youtu.be/XxD-xPYX4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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