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너와 함께 사계절
5장. 다시, 봄이 오다
너와 함께 사계절
토브, 첫 번째 생일을 맞이했던 순간
첫 돌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돌잡이로 무엇을 준비할지 신랑님과 함께 밥 먹으면서 의논했었다. 우리 부부는 다른 무엇보다 세상이 말하는 직업을 상징하는 돌잡이로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것이 좋을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6가지의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돌잡이 용품을 색다르게 준비해보았다. 반창고, 매끈한 돌, 밥그릇, 보자기, 장, 꽃 이렇게 준비했다.반창고는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 돌은 부드러우면서 단단하고 강한 사람, 밥그릇은 자기의 필요를 채우고 다른 사람의 필요도 채워주는 사람, 보자기는 넓은 포용력으로 주변 사람들도 품고 아우를 수 있는 사람, 장(고추장 또는 된장)은 성숙한 사람, 꽃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토브 아빠표 돌잡이 용품 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6가지의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랑님이 저녁 식사 시간에 나의 물음에 그동안 토브 아빠의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나도 신랑님이 이렇게나 육아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돌잔치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기가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인지 서로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나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듯
나에게 육아하면서 추운 겨울로 여겨졌던 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은 난임의 1년 9개월 시간, 임신 소식과 동시에 회사 퇴사 권고 소식, 이렇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두 가지 모두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시간이 해결해 주는 과정에서 다른 무엇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싶어서 힘을 너무 주다 보면 부러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너무 힘을 주고 어떻게든 임신이라는 과제를 해내고 싶은 마음에 열정이 앞섰다. 그런데 난임센터를 가보라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어쩌면 내 생에 아기가 와주지 않을 수는 있지만 내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아기천사가 와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을 먹으니 3개월 만에 토브가 와주었다. 우스갯소리로 토브에도 네가 오려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 봐 라고, 이야기한다.나의 임신 소식과 더불어 회사에서는 나를 어떻게 하면 퇴사를 시킬지를 구상 중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때의 배신감이란 진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때의 시간을 통해 난 오히려 육아하면서 나만의 일을 찾아가고 있다. 그 사건을 통해 나를 자르려고 해준 것이 나를 더 온전히 찾고 육아에 집중하게 해준 결과를 낳았으니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듯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이 모든 계절을 모두 누리고 버티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