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동안 매일 읽고 매일 글쓰기 27일 차
며칠 전 칠레에서 가족같이 지내던
지인을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만난 건 1년 반 만이니 아이들도
무척 반가워했지요.
저희 아들 키 큰 거 보고 왈칵 울음이 쏟아진
지인을 보니 헤어질 때 눈물 콧물 흘리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저희보다 6개월 먼저 칠레생활을 한 민준(예명) 이네는 같은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저를 데리고 마트 투어도 해주고 뭐를 사서 먹고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던 저에게는 천사 같은 존재였습니다.
차가 없는 저를 한인마트도 데려다주고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떡볶이를 해준 그녀입니다.
'내게 먼저 선의를 베풀어 준 민준이 엄마의 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4년 반을 함께 했습니다.
제가 모를 것 같은 소식도 늘 먼저 알려주며
챙겨주었습니다.
민준엄마 덕분에 학교 행사 때도 외롭지 않을 수 있었고 저희 남편이 병원에 갑자기 입원했을 때도 갈비 재워 전해 주며 가족같이 걱정해 주던 사람이었습니다.
한 번은 저희 가정이 한국에 다녀왔는데
귀국날 밥하기 힘들 거라며 밥과 국 반찬을
다 해서 가지고 왔는데 지금 그때 사진을 봐도
감동입니다.
외로운 타국에서 가족같이 챙겨주던 서로에게
한국에 와서는 물리적 거리가 생겨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생각하면 따뜻해지는 봄 햇살 같은 사람입니다.
물론 저도 그녀에게 따뜻한 햇살 같은 사람이겠지요.
민준엄마가 허리 아파서 병원 다녀오는 길에
집에 불러 간단히 콩국수를 해줬는데
지금도 그 일이 고마웠다고 합니다.
소중한 김치도 늘 나눠주고 정을 나눴습니다.
민준이랑 우리 애들이 성이 같아
남편은 민준이도 조카처럼 대해주었는데
너무 고마웠다고 하더군요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예전처럼 자주 보지도 못하고 연락 빈도도 적어졌지만 언제 봐도 고마운 마음으로만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있다니 참 감사합니다.
시절의 인연이 있다고 하지요.
그 시절에만 잘 지내고 또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혹 그렇게 될지라도 괜찮습니다.
그 시절 우린 마음껏 서로를 챙겨주고
보듬어 주었기에 몇 년 만에 만난다 해도
어제 본 사람처럼 반가워 할 수 있을 거에요.
오늘 날씨가 봄 오는
따스한 느낌이라
더 그녀가 떠올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