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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자이체 좀 해주세요.

66일 동안 매일 읽고 매일 글쓰기 40일 차

by 버츄리샘

" 엄마, 여기 편의점인데 나 과자이체 좀 해줄 수 있어?"

"어? 과자이체? 계좌이체 말이야?"

" 아 계좌이체야? 난 과자이체인 줄 알았네"


칠레에 6살에 가서 4년 반을 살다 온 둘째는

한글이 약해 잘 모르는 어휘들이 많았다.

계좌이체를 과자이체로 알고 요청한 둘째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 웃었더니

저 날부터 계속 과자이체라고 말한다.

오늘도 한건 이체를 시행하였다.


나는 우리 둘째처럼 한글이 약한 것도 아니지만

가끔 단어실수를 한다.

가수 김흥국이 라디오에서 거미의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를 친구의 '거미라도 될 걸 그랬어'

라고 해서 큰 웃음을 주었다고 한다.

UCLA대학도 우크라이나 대학이라고 읽었다는데 나도 김흥국과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다.

UCLA 옷을 입은 사람을 지목하며

"저기 울카대학 옷 입은 사람 말이야~"

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며칠 전에도 박진영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여보 그 JPG 말이야~"라고 말하곤

아차 싶었다.

"아 맞다 JYP 지?' 하곤 고쳤지만 남편의

어이없어하는 웃음을 보는 건 내 몫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구멍이 많다.

신규 때는 공문에 2008년이라고 써야 하는데

20008년이라 써서 교감선생님이 전화하셔서

소리 지르셨다."20008년이 뭐야~~~~"

아흑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다.


지금도 실수를 간혹 한다.

하지만 이 실수를 누군가는 용납해 주고

웃어준다. 지금의 교감선생님은 나의 실수에

"허허~ 인간적이네~"하셨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교실을 잘 못 알고 가서 5층을 다시 올라갈 때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아 준다.

미안하다고는 사과했다^^;;


실수를 용납해주고 받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의 부족한 모습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여유를 배우게 된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말했다.

실수해도 괜찮아.

우리는 실수하면서 배우고

실수하면서 넓어지고 있잖아.


아이들은 안도의 미소를 내게 보내준다.

'선생님 고마워요'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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