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동안 매일 읽고 매일 글쓰기 59일 차
20대 실패의 연속으로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불합격 결과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울음을 삼키며 지내고 있었지요.
무뚝뚝하고 대화가 없는 아빠, 술이나 드셔야 술기운에 딸 대견하다고 사랑한다고 하시는데
전 그 모습을 너무나 싫어했었습니다.
그런 아빠가 제가 걱정되셨는지
한마디 건네신 말이 "괜찮아?"였습니다.
갑자기 참았던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가깟으로 "응" 하곤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그 한마디에 담긴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요즘 폭삭 속았수다 의 영상을 유튜브로
간간히 보게 되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한참 울컥거렸습니다.
금명이 아빠처럼 자상하지 않았지만
아빠도 날 사랑하셨습니다.
단지 표현할 줄 몰라 마음에만 품고 있었나 봅니다.
시집가기 전까지 제가 오기 전에는
잠도 못 들고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던 남자.
입덧으로 고생할 때 장기출장 중인 사위대신
이것저것 사다 날라주던 남자.
우리 두 아들 5년간 키워주고 자기 자식 기저귀는 안 갈아봤어도 손주 똥기저귀도 갈아주었던 그 남자.
칠레에 있었던 때 9살배기 손자에게
너희 엄마 잘 보살피라는 그 남자.
이제는 다 잊어버리는 병에 걸려
요양원에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려다
포기한 채 하루하루 표정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무심한 딸은 그런 아빠를 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주 찾아뵙지도 못합니다.
이 아빠는 저에게 세상살며 느끼고 싶지 않은 부정적 감정은 다 느껴보게 하는 인생 최고 난이도의 사람입니다.
풀고 싶어도 풀 수 없는 최상위의 문제.
우리 아빠입니다.
그래도 아빠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겠지요.
매일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의 기억에 따뜻했던
추억이 한 스푼이라도
남아 있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