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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장님 또 만날 수 있을까?

66일 동안 매일 읽고 글쓰기 7일 차

by 버츄리샘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오늘 정년퇴임식을 맞이했다.

교장선생님과 같이 한 시간은 1년 반 정도이지만

'와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선배님이시다.


우아한 목소리단정한 모습.

무엇보다도 따뜻한 심성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2023년 7월. 6년 반 만에 복직한 다음날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다.

꽃다운 나이로 인생을 마감한 후배 선생님의 소식에 많은 교사들은 슬픔을 너머선 집단 우울증세를 보였다. 후배를 지키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언제든지 우리도 마주할 수 있는

미래라는 사실에.

그 해 9.4일 교사들은 서이초선생님 추모하며

'공교육 멈춤의 날'을 계획하였지만

교육부는 이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내렸다. 9.4일은 2학기 개학날이었다.

교사회의 때 조사해 보니 연가를 쓸 선생님과 학교에 나올 선생님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연가를 쓰실 선생님들이 눈물로 작금의 상황을 외면할 수 없음을 고백하셨고

개학을 하루 미루자는 선생님들의 요구에

교장선생님은 눈물을 흘리시며

" 지금의 이 상황이 저도 많이 슬프고 가슴 아픕니다. 개학을 미루는 일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연가를 쓰셔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때 한 부장님이 말씀하셨다.

"교육부가 이 정도로 공문을 보냈다면 이후 교장선생님께 굉장히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정은 이해되지만 교장선생님이 겪으셔야 할 일들이 걱정됩니다."


그때 교장선생님의 따뜻한 진심이 느껴졌다.

또한 진정한 리더십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많은 교사들이 힘든 순간 자신을 외면하는 관리자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자신의 귀한 인생을 포기한 선생님들도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교장선생님 같은 분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같이 이겨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후에도 몇몇 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께서 본인이 학부모들로 인해 힘들 때 힘이 되어주신

이야기를 하며 교장선생님이 책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셨다.

밖의 상황은 차갑고 어둡지만 새로 발령받은 우리 학교는 참 따뜻한 곳이구나 느껴지니

마음의 안도감도 들었다.


교장선생님은 그 후에도 늘 따뜻하게 교사들을 대해주셨고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벤트들을 만들어주셨다.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스승의 날 학교에 커피차를 보내주시고, 교실에 무선청소기를 사주셨다. 겨울방학 때 업체 불러 교실을 빛이 나도록 청소해 주시고, 불필요한 회의는 없애버리고 교사들을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쓰다 보니 진짜 우리 교장 선생님이 더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배려로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이 제로인 학교, 사건사고가 거의 없는 학교로

평안한 시간들을 보냈다.



이렇게 좋은 분을 이제는 보내드려야 한다.

평생을 학교에 계시다 이제야 쉬실 수 있는 퇴직을 축하드렸다.

수많은 책임감과 학교일을 이제는 편안히 내려놓으시고

제2의 인생으로 내딛는 그 발걸음에 건강과 평안이 가득하시길 소망해 본다.


'나도 우리 교장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어야지. 저렇게 멋지게 나이 들어갈 테야.'

하는 다짐도 해본다.

나이 들어 꼰대소리 듣는 외로운 뒷방 늙은이가 되지 말고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어주자.


감사합니다.

'길'을 만드시고, 먼저 걸어가 주셔서.

저도 용기 내어 그 길을 걸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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