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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66일 동안 매일 읽고 매일 글쓰기 16일 차

by 버츄리샘
"우와 생각보다 좋아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첫째가 3살 때 전화놀이를 혼자 하면서 했던 말이다. 듣다 보니 '생각보다'라는 말은 나와 남편이 자주 한말이었다.

'아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고 있고 그대로 흡수하고 쓰는구나'라는 것을 깨닫자

말이나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되었다.

친정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셨는데 친정아버지가 습관적으로 "아이씨"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아니다 다를까 그것도 배워서 따라 하길래 아버지에게 아이 앞에서는 안 쓰셨으면 좋겠다 하니 아버지도 노력하셨다.


3~4세까지는 타인을 통해 내면을 형성하는 시기라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흡수력이 높아진다. 그럼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인사였다.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로 컸으면 해서 어디서든 내가 먼저 인사를 깍듯이 했다.

90도까지는 아니어도 최대한 허리를 굽혀가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인사를 잘하지는 않아서 의아했다.

'어 이상하네 이렇게 엄마가 먼저 인사하는데 왜 안 따라 하지?'

그렇지만 인사는 너무나 중요했기에 아이들과 있을 때 더 신경 써서 인사를 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내가 13층을 누르는 것을 보시더니

"아이고 13층 큰 아들이 어찌나 인사를 잘하는지 내가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하루는 침대프레임을 구매해서 아저씨가 오셔서 조립해 주시는데

중간에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아저씨께 가서 공손히 인사를 하였는데

가실 때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돈 만원을 쥐어주시면서

"요즘 이렇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없어요. 아이스크림 사 먹어라"

하시면서 기어코 돈을 주시고 가셨다.

우린 힘들게 버신 돈이라 절대로 안 받으려 했지만 그분의 마음을 거부하는 것이 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받았다.


부모의 소신과 노력이 심겨진 것 같아서 감사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신기하게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양육할 때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강조하게 된다.

인사는 상대를 향한 가장 기초적인 예의와 존중이기에 강조하고 또 강조했었다.


인사를 심었으니 인사가 난 것처럼.

나는 계속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것을 심어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핸드폰 중독을 심지 말고,

게으름이나, 타인을 평가하는 말을 심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성실을 심고, 글 쓰는 모습을 통해 꿈과 열정을 심고, 실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선한 마음을 심고 싶다.


이 씨앗들도 심겨

많은 시간이 지나고 우리 아이들 입에서

엄마, 아빠를 통해 가치 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공부를 잘하거나, 성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보이지 않는 삶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실천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부터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지.
그래, 그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뒤를 따라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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