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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이모 Feb 20. 2024

그때 그 아이들은

첫째가 졸업을 했다.

졸업장을 건네받는 첫째를 보는데 뭉클함이 밀려왔다.


-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컸지?

- 중학생이라니 고생길 시작이네.

- 친구에게 고민도 비밀도 털어놓을 때구나.

(이제 엄마는 안중에도 없겠지?)


아니나 다를까,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사라졌다. 식탁에 덩그러니 올려진 꽃다발을 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싣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이 노래 뭐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제목을 확인했다.

가사를 듣다 마음이 저려온 건 참 오랜만이었기에.


노래 속 가사 한 마디 마디가

열네 살 첫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악동뮤지션 <그때 그 아이들은>을 소개한다.

https://naver.me/xB4AHRCj


(잠시 가사 감상)


지친 꿈을 이끌고 계속 걷다 보니,

첫발을 함께 떼어 달려왔던 친구들이 곁에 없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되지.

함께 이뤄갈까 성공해 다시 보자.

지금쯤 현실의 처음을 겪고 있다면 그때와는 다른 웃음 짓고 있으려나.

그땐 함께 영원할 것만 같았지. 어렸던 세상을 걷어내면 비탈지던 좁은 길가로 흩어져.

화려하고 순수했던 너의 손에 넘쳐 흘렀던 움큼은 쥐고 살아가길.


나로 시작될 거야. 하늘을 날아보자. 지금쯤 턱 막힌 장벽에 날개를 숨긴 그때 그 아이들과 우리의 꿈이

그땐 함께 영원할 것만 같았지. 어렸던 세상을 걷어내면 비탈지던 저 좁은 길가로 흩어져.

화려하고 순수했던 꿈 너의 두 손에 넘쳐흘렀던 그 한 움큼과

두 손 모아 기도했던 시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땐 함께 이룰 거라고 믿었지.

작은 손과 발로 서로를 잡고 뛰던 세상이 다였던 우리 어린 시절의 간절하고 행복했던 꿈.

너의 두 손에 넘쳐흘렀던 그 한 움큼은 꼭 쥐고 살아가길.

서투른 삶 걸음으로 상처를 입고 새로운 만남에 세상이 낯설어도 훗날 모두 이뤄 보일 거야

내가 알던 그때 그 아이들은



'순수'하다란 말의 의미를 난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난 이런 거 잘 몰라요. 그냥 좋아요.'가 순수함을 증명한다고 오해한 적도 있었다.


순수하기만 한 어른들이 손가락질당하는 걸 그러려니 했고, 순수함을 잃은 어린이들이 일찍 철이 들었다며 대접받는 것 또한 당연시했다.


곱게 간직했던 한 움큼을 모른 척해야

세상 속에 섞여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을

나도 모르게 받아들였다.


영원할 것만 같던 어렸던 세상에서

가득 품었던 내 한 움큼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생존과 경쟁에 떠밀려

남들처럼 살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나대로 살아가기를 잊거나 포기하는 시대.


마음속 한 움큼을 차마 들여다보지 못한 채

쳇바퀴 돌듯 사는 게 안정적이라 생각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 너를 곧 보내야 한다는 게

사실 난 두렵고 미안할 뿐이야.


열네 살, 3월을 앞둔 너는

순수한 마음으로 온전히 그 시절을 보냈으면 해.

언젠가 묻히고 빛이 바래 버릴지라도

너의 두 손에 넘쳐흘렀던 그 한 움큼은 꼭 쥐고 살아가길.


어설픈 어른이 아닌 그때 그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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