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를 던지고 말았다.

오늘도 고상함은 실패

by 아는이모

야! 해서는 안 될말이었다. 그래 내가 이렇게 몰상식하고 교양이 없었던가, 오늘도 나는 솟아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손과 귀가 얼것만 같은데 둘째를 모시러 갔다. 요즘 부쩍 귀신이 무섭단다. 엄마가 없으면 안되겠단다. 돌아오자 마자 밥을 차렸다. 배가 고팠지만 밥솥을 열었을 때는 3인분의 밥이 아닌 0.5인분의 밥만 남아 있었다. 첫째가 30분 후면 학원을 가야한다. 최대한 빠르게 이 녀석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차려야 한다. '아자, 할 수 있다. 과자부스러기를 먹이고 학원을 보낼 수 없어.'

움직였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파를 볶았다 이와중에 파기름을 내는 나 칭찬해. 계란을 깨뜨려 넣고 소금 후추간을 했다. 다른 한 손은 먹보 둘째를 위해 떡국을 준비하기로 한다. 식은 밥을 팬위에 넣고 달달 볶으며 옆냄비에는 참기름과 국간장이 버무려진 소고기를 볶았다. 역시 어머님 참기름은 다르다. 오뚜기와 비교가 안 된다. 집에 꼬순내가 진동한다. 아, 나의 배에서도 꼬르르 진동이 울린다. 계란 볶음밥을 식판에 담아내고 재촉했다.

'빨리 먹고 학원가, 매번 늦잖아. 오늘은 시간 맞춰 가보자. 제발'

배우기 싫다고 난리치던 검도는 1시간 전 부터 준비에 들어가면서 영어 학원은 시간이 되어도 갈 생각을 안 하는지... 들으라는 외적 잔소리를 하며 나는 떡국에 집중했다. 흡사 갈비탕과 같은 육수가 준비됐을 때 불려둔 떡국을 넣고 화력을 최대치로 올렸다. 역시 떡국은 옳았다. 5분 만에 완성된 떡국을 둘째에게 한 그릇 퍼주었다.

근데, 어랏, 양조절에 실패. '내가 떡국을 이것 밖에 넣지 않았던가?' 씁쓸했다. 두 그릇도 먹을 수 있는데 나의 그릇에는 0.5인분의 떡국만 담겨져 있었다. 계란 볶음밥을 먹던 첫째가 말한다. '엄마, 나는 왜 떡국 안 줘?' '그래, 먹는 걸로 차별하면 비열한 거지.' 나는 내 그릇에 있던 떡국을 덜어줬다. 덜어주고 나니 수저를 몇 바퀴 돌려야 떡을 건질 수 있었다. '그래 이거라도 먹자. 소식해야지.'

출발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떡국을 달라던 녀석은 동생과 장난이 시작됐다. 갑자기 먹다가 돌아다닌다. 서로 때리고 도망간다. 무얼 집어든다. 던진다. 신고한다 나에게

"엄마~ OO이가 ......."

최대한 교양있게 말했다. "앉으세요. 어서 먹고 가야지, 하나 둘 셋." 그말을 하며 나는 떡국을 다 먹었다. 다 먹는데 1분 정도 걸렸을 라나, 배에서는 꼬르르 소리가 여전히 요동쳤다. 커피라도 마셔야 했다. 커피물을 올리고 있는데 또 우당탕이다.

식판에는 밥과 떡국이 있는데 다시 장난질이 시작이다. '하나, 둘, 셋'을 또 외쳤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이번에는 '잘 먹었습니다.' 하고 식판을 가져다 준다. 다음은 '양치'다. 이 아이는 12살이다. 그런데 양치를 하라고 해야지 한다. 이상하다.

"양치하러 갔지? 바로 출발 해야돼 지금 나가도 늦겠다." 허공으로 날라간 나의 메아리, 두 녀석은 칫솔을 들고 또 장난질이다. 양치컵이 떨어지고 입에는 칫솔을 물고 거실을 뛰어 다닌다. 헨젤과 그레텔 마냥 동선 표시를 치약거품으로 거실바닥에 해 놓았다.

첫째를 보내놓고 둘째에게는 영상시청의 시간을 선물하며 여유롭게 오늘의 첫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꼭지가 틀렸다.

"야! 제발 좀 가라고" 휙~ 분홍행주가 날라갔다. 첫째의 정수리 위로 그리곤 바닥에 떨어졌다. 첫째의 머리에는 계란물 입은 노란 밥풀이 올려져 있었다. 웃겼다. 그런데 웃지 못했다. 목구멍이 갈라지도록 소리쳤기에 거기서 웃으면 가오가 떨어진다. 놀란 첫째는 밥풀이 묻은채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저거 달고 나가면 안되는데...' 나는 분홍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머리에 있는 밥풀을 떼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나의 손을 피했다. 때릴 줄 알았나 보다. 오케이 그럼 이참에 날려주겠어. 철퍼덕 내리치는 찰나에 밥풀을 떼긴했다. 축축한 고무장갑의 물이 첫째의 머리에 칠해졌다. 머리를 감았는데 반만 말린 꼴이 되었다. 첫째는 이 사실을 모른채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다.

한 쪽 정수리가 얼음장 같을 첫째를 생각하면 여기서 그만해야 됐었다. 하지만 분노게이지는 쉽게 사그라 들지 못했다. 공범자인 둘째에게 퍼부었다. '밥 먹다가 장난을 치면 되니 안되니, 양치하면서 돌아다니지 말랬지. 형아 준비하고 나가야 되는데 왜 계속 엉겨 붙어서 장난치고 있니......' 결국 주려고 했던 영상시청 시간을 선물로 주지 못했다. 둘째는 내 눈치만 잔뜩 보더니 연산문제집을 가지고 왔다. 이 녀석은 나를 너무 잘 안다. 타이머를 맞추고 세자리수 덧셈에 집중한다. 그것도 말없이. 얘는 도대체 뭘 까.

커피를 마시는 데 목구멍이 따가 웠다. 오랜만에 질렀다. 동전노래방에서 서문탁 언니의 노래를 부르고 난 뒤 고통과 흡사했다. 거친 숨소리와 더러운 입을 커피도 잡았다. 정말 드럽게 힘들다. 아, 배고프다. 두 시간 뒤 저녁을 또 차려야 된다. 젠장. 할 수 있는 욕은 종류대로 다 퍼부었다. 물론 속으로.

분홍행주는 고이 빨아 널어뒀다. 그리고 첫째가 왔다. 언제그랬냐는 듯 또 동생과 장난질이다. 그래 너네가 위너다. 참으로 위대하다. 짱 먹어라.

p.s 'OO아, 어제 엄마가 너 머리 때릴려고 한거 아니다. 너 머리에 밥풀 묻은거 떼줄려다 니가 피해서 잡으려다 그렇게 된거다.' ' 푸하하하하, 정말? 와... 웃길뻔 했는데 학원에서.'


'알았어, 다음에는 모른척 해줄게.' (또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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