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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이모 Nov 08. 2024

좋은 생각들은 언젠간 내려앉는다

쓰는 자의 중얼거림


어디론가 날아가지 않겠지.

그래, 어디에 쌓일 거야.

근데 그걸 찾으면 어쩌지?


분명 좋은 것들이었는데 내려앉은 것조차 잊으면,

그래서 마음이 비어서 아무것도 게 없어지면,

뭐라도 끄집어낼 용기가 없어지면 어쩌지?


아니면, 애써 꺼냈는데 그땐 좋았던 게

지금은 좋은 게 아니면 어쩌지?


그럴 때마다 이 한 마디를 중얼거린다.


"좋은 생각들은 언젠가 내려앉게 돼있다."


쓰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맞갖지 않으면 어쩌지로 끝나는 걱정을 또 하고 만다.


새가 아닌데 허공을 딛고 선 라이트 형제처럼

마음에 스친 미묘한 감정을 흰 종이 위에 글자로 세우고 싶다. 하지만 디딜 게 없어 손가락만 나부댄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럴 땐, '언어는 언제나 경험보다 작다'는 존버거의 말을 떠올린다.


경험보다 작을 수밖에 없는 언어에 날 가두지 말자고.

차오르다 못해 넘쳐흐르면 바닥에 침전해 있을 그 무엇이 있을 거라고.

고이 가라앉은 걸 하나씩 들춰내는 일도 재미있을 거라고.

꽤 시간이 걸려도 좋을 거라고.


그러니 날려 보내도 된다고.

돌아 돌아 다시 쓰게 될 이야기가 분명 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좀 놀아보려 했더니 다 늙어버렸다. 난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거더라."


(...)


"그니께 이담에 키가 훌쩍 자라도 너무 높은 곳만 보고 살지는 말어. 너는 위, 아래가 아니라 앞, 뒤를 보고 사는 거야. 네가 살아온 거 네가 살아갈 거 그건 네 눈을 돌려야 보이더라고. 인생에 이렇게 이쁜 게 많았는지도."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페이지2북스)중>




이십 년 전 떠난 할머니가

충분히 놀고, 웃고, 지겹게 꽃놀이를 다녔으면 내게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무언갈 써서 높아지려는 마음 대신 찬찬히 주위를 둘러봐야지.


터무니없는 조급증과 위기감이 곰팡이처럼 자라더라도.


가을 만해도 이렇게나 예쁜 게 많은데...

예쁜 걸 보고 살아온 길과 나아갈 길을 고즈넉이 바라본다면

구석구석 좋은 생각들도 내려앉아 있겠지.


암, 그렇고 말고.



PS. 뭣도 모르고 소설을 쓰겠다며 연재를 시작해 놓고

주저앉은 어느 무명작가의 변  


그냥 맛난 코퓌나 마시고 집에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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