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들은 언젠간 내려앉는다

쓰는 자의 중얼거림

by 아는이모


어디론가 날아가지 않겠지.

그래, 어디에 쌓일 거야.

근데 그걸 못 찾으면 어쩌지?


분명 좋은 것들이었는데 내려앉은 것조차 잊으면,

그래서 마음이 텅 비어서 아무것도 쓸 게 없어지면,

뭐라도 끄집어낼 용기가 없어지면 어쩌지?


아니면, 애써 꺼냈는데 그땐 좋았던 게

지금은 좋은 게 아니면 어쩌지?


그럴 때마다 이 한 마디를 중얼거린다.


"좋은 생각들은 언젠가 내려앉게 돼있다."


쓰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맞갖지 않으면 어쩌지로 끝나는 걱정을 또 하고 만다.


새가 아닌데 허공을 딛고 선 라이트 형제처럼

마음에 스친 미묘한 감정을 흰 종이 위에 글자로 세우고 싶다. 하지만 디딜 게 없어 손가락만 나부댄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럴 땐, '언어는 언제나 경험보다 작다'는 존버거의 말을 떠올린다.


경험보다 작을 수밖에 없는 언어에 날 가두지 말자고.

차오르다 못해 넘쳐흐르면 바닥에 침전해 있을 그 무엇이 있을 거라고.

고이 가라앉은 걸 하나씩 들춰내는 일도 재미있을 거라고.

꽤 시간이 걸려도 좋을 거라고.


그러니 날려 보내도 된다고.

돌아 돌아 다시 쓰게 될 이야기가 분명 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좀 놀아보려 했더니 다 늙어버렸다. 난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거더라."


(...)


"그니께 이담에 키가 훌쩍 자라도 너무 높은 곳만 보고 살지는 말어. 너는 위, 아래가 아니라 앞, 뒤를 보고 사는 거야. 네가 살아온 거 네가 살아갈 거 그건 네 눈을 돌려야 보이더라고. 인생에 이렇게 이쁜 게 많았는지도."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페이지2북스)중>




이십 년 전 떠난 할머니가

충분히 놀고, 웃고, 지겹게 꽃놀이를 다녔으면 내게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무언갈 써서 높아지려는 마음 대신 찬찬히 주위를 둘러봐야지.


터무니없는 조급증과 위기감이 곰팡이처럼 자라더라도.


가을 만해도 이렇게나 예쁜 게 많은데...

예쁜 걸 보고 살아온 길과 나아갈 길을 고즈넉이 바라본다면

구석구석 좋은 생각들도 내려앉아 있겠지.


암, 그렇고 말고.



PS. 뭣도 모르고 소설을 쓰겠다며 연재를 시작해 놓고

주저앉은 어느 무명작가의 변


그냥 맛난 코퓌나 마시고 집에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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