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붙들어 잡으세요

우리는 무엇을 잡고...

by 아는이모

오전 7시 46분,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아파트 정문을 뛰쳐나와 건널목 앞에 서서 무단횡단의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늘 같은 시간에 오는 버스가 행여 1분이라도 일찍 도착한다면 그날은 지각이다. 배차 시간을 지켜야 할 버스는 나를 기다려 주지 않기에. 정해진 곳에서만 나를 태우기에. 나는 전속력을 다해 버스 정류장까지 뛴다. 간혹 무단횡단을 하기도 하면서. (죄송합니다)


버스에 올라타 교통카드를 찍고, 늘 앉던 자리가 비었는지 확인했다. 버스가 부앙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내가 몸을 휘청이자, 기사님은 "꽉 붙들어 잡으세요."라고 외친다. 난 위태롭게 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았다. 노약자석 뒷자리에 앉아서 창문을1센티 열었다. 겨울을 알리는 찬 공기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온다. 버스가 달릴수록 바람의 세기도 날카로워진다. 히터로 데워진 공기를 가르는 바람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시원하다.


버스가 평소보다 시원하게 달렸다. 일터로, 학교로 가는 사람들을 실은 차들이 테트리스처럼 들어찼다. 버스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출렁였다. 거듭된 출발과 정지가 몸에 피로를 몰고 올 때쯤 중앙선 너머로 같은 번호를 단 버스가 보였다. 신호가 걸리자 두 버스가 창문을 대고 마주 섰다. 난 우연의 순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님은 창문을 열고 맞은편으로 무언가를 내밀었다. 맞은편 기사님이 멋쩍은 얼굴로 그것을 받았다. 파란 띠를 두른 갈색병, '박카스'였다. 신호가 바뀌자 동시에 두 버스가 움직였다. 서로를 향해 가볍게 흔드는 손이 점점 멀어져 갔다. 어쩌면 기사님은 동료에게 박카스 한 병을 건네기 위해, 평소보다 힘껏 액셀을 밟았는지도 모른다.


도로 위에서 뜻밖의 순간을 종종 목격한다. 어린 동생이 탄 유모차를 미는 작은 손, 부모가 탄 휠체어를 미는 중년의 자녀, 킥보드를 끄는 전동휠체어의 질주. 굴러가는 것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목적지로 향한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아간다. 끌어주고 밀어주며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쏟는다. 때론 마음을 다한 사람에게 끌어 내려지고 밀려나는 날이 오기도 한다. 아무것도 잡을 게 없고, 어디로 떠밀려 가는지 모를 땐 그저 흔들리는 것에 몸을 싣는다. 위태위태한 순간에 꽉 붙들라고 내미는 손길을 되새기며 희망을 품는다. 그러면 벨을 누르고 내려서 저벅저벅 걸어갈 용기가 생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처럼, 힘찬 출발도 있지만 아득한 정지도 있는 게 인생이라면,


난 무엇을 잡고 살아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꽉 붙들어 잡아야 할까.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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