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은 출산이다.

인생은 미친 짓의 기억으로 위대해진다.

by 아는이모


출간의 출산의 과정과도 같다고 합니다. 생명을 낳아본 여성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내가 잠시 미쳐서 애를 낳은 것 같다고.'






뱃속에 꿈틀대던 작은 생명체 하나가 ‘인간’의 형태로 세상의 빛을 봅니다. 출산의 産(산)은 ‘낳다’, 출간의 干(간)은 ‘새기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출간은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분신과도 같은 책을 세상에 낳는 일입니다. 나의 지식과 경험, 감정을 쏟아부은 책이 세상의 빛을 보려면 ‘혼’을 갈아 넣는 고통을 인내해야 하기도 합니다.


혼을 갈아 넣는 ‘출간’을 출산과 비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 몸의 변화에 촉을 세우며 예민해집니다. 호르몬 변화를 체크하며 일단 술을 끊습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잔도 신중히 조절하며 마십니다. 엽산과 칼슘 등 평소 먹지 않던 영양제를 챙겨 먹습니다.


그러다 원하던 생명이 찾아오면 지키려는 본능이 발동합니다. 뱃속 생명에 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차단합니다. 평소보다 양실의 음식을 섭취하며 좋은 생각, 아름다운 것만 보려 합니다. 태동을 통해 생명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적을 경험하며 매 순간을 보냅니다. 기쁨을 느끼다가도 나를 엄습하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과연 건강하게 태어날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바라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간 느끼지 못했던 희로애락의 끝을 맛보며 목숨을 담보로 출산합니다.




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라 먹는 행위는 그간 읽었던, 나를 흔들었던 ‘책’을 고루 다시 읽는 것이고요. 책을 쓰기 위해 시간을 잡아먹는 ‘(나쁜) 습관’을 끊기도 합니다. (저는 유튜브 알고리즘, 홈쇼핑, 예능 보기, 야식 먹기...) 신중하게 시간을 나눠 쓰고,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건강을 챙겨야 합니다. 가벼운 운동을 하며 손목과 디스크 관리도 해야 합니다.


‘진짜 내가 작가가 돼도 될까?’란 의심 속에 불안을 키우다가 서점에 꽂혀있을 책을 생각하면 가슴이 일렁입니다. ‘내가 끝까지 쓸 수 있을까? 내가 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욕하지는 않을까?’란 불안과 걱정 때문에 출간 계약서 도장을 찍고도 100%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출간 후 서점 매대 올려진 나의 ‘책’을 볼 때마다 여전히 믿기지 않고 매 순간 감격합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100일 동안 못 자고 못 먹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이’가 날마다 새롭기 때문입니다. 빨갛기만 했던 아이의 살갗이 차츰 윤이 났고, 울기만 하던 아이가 내게 눈을 맞추며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내가 쓴 책의 새로운 해석을 내놓을 때마다 그간의 고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합니다. 한 번 책을 쓴 사람들이 두 권, 세 권 책을 낼 수 있는 건 여기서 오는 중독 때문일 겁니다. 나의 ‘책’을 읽은 불특정 독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나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 그것으로 교감하는 희열은 이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인생의 첫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고통이 크고 한계가 빨리 찾아옵니다. 분명한 건 넘치도록 영감을 주는 영양가 있는 책과 건강이 받쳐준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거기에 뱃속 아기에게 말을 건네 듯, 미래 나의 독자에게 말을 건네며 읽고, 쓰고, 느끼는 행위를 반복하면 머지않아 나의 ‘책’이 완성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맺힌 응어리를 녹이려고 글을 씁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만을 위한 것에서 타인을 위한 것이 되면 ‘책’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인을 위해 ‘출산’과 버금가는 고통을 감수하는 일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책은 필력이 타고난 사람과 시대를 잘 만난 사람이 쓰는 것도 맞지만, 끝까지 포기 안 한 사람도 씁니다. 백지에 한 줄 한 줄 글로 나를 밀어 올리면 없던 생각이 떠오르고 감정이 쪼개집니다. 경험을 곱씹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글이 깊어집니다. 매일 쓰고 싶고, 쓰지 않으면 불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끝까지 ‘쓰는 사람’이 됩니다.


‘인생은 미친 짓의 기억으로 위대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쓰는 행위에 단 한 번이라도 미쳐보면 세상에 없는 당신의 위대한 책은 출간될 것입니다. ‘쓰기에 미칠 준비가 되었나요?’







평소의 말투와 다르게 글이 써졌네요. 출간 기획서 강의 준비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며 쓴 글이었습니다. 혼자 얼마나 비장했는지 몰라요. 강의 후기에 관한 내용은 아래의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onlykhsaq/22266768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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