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번째 등교완료

까치집 세남자 이야기

by 아는이모





매일 아침 마다 두 남자의 까치집 모양을 관찰하며 '엄마'란 직무가 시작된다. '오늘은 심한데, 머리 감고 가야 겠는데?' 한 마디에 수긍하면 좋을 테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이번 주에는 이발을 시켜야 겠다. 퉁퉁 부은 눈으로 쇼파위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네셔널 그라픽 책에서 본 굼벵이가 떠오른다. 뭔가 징그러운데 귀엽다.





밥솥 재가열 소리가 들린다. 왕 까치집을 지은 남편의 뒷모습이 보인다. 몇 년전 부터 아침밥은 남편이 준비한다. 혁신이다. 밥을 데우며 계란을 굽는다. 그와 첫째 취향은 써니 사이드업, 둘째는 오버하드다. 나의 취향은 없다. 주는대로 먹는 소탈한 성격이다. 계란 후라이 만큼은 남편이 나보다 낫다.



대신 응용과 심화과정을 기대하면 안된다. 예를들면 밥의 양이 부족할 때 계란볶음밥, 후라이가 지겹다는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는 스크렘블이나 말이로 교묘히 바꾸는 전략 같은. 신상 반찬이 담긴 반찬통을 냉장고에서 꺼낸다든지.(항상 못 찾는건 의문이다) 그걸 접시에 덜어먹는 행위까지도 바래선 안된다. 누가 그랬다. 계란은 완전 식품이라고. 스스로 완전한 만찬을 차려 먹고 계신거다. 감사할 일이다.





남편이 출근을 하며 뽀뽀를 강요한다. 아이들이 그에게 다가간다. '언제 까지 저러나 두고보자' 매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무언가 바라는 눈빛을 나에게도 보내지만 어림 없다. 무엇이든 당연한 건 없다. '오늘 빨리 퇴근해?'에 대한 답을 듣고 저녁 메뉴를 생각한다.





두 아들의 입을 옷과 양말 팬티를 나란히 거실에 펼쳐둔다. 첫째는 팬티 두개를 겹쳐 입고 학교를 다녀온 적이 있다. 엉덩이에 살이란게 없으니 몰랐나보다. 그 아이의 기이함은 이로 말할수가 없다. 수저와 물통을 챙겨주고 로션을 발랐는지 확인한다. 영양제를 먹었냐고 물어보면서 나의 목구멍에도 비타민을 털어넣는다. 장전이다. 오늘 하루 버틸 총알을 몸에 새겨넣었다.





큰 아이가 가방을 메고 나간다. 등교시간 보다 30분 일찍 나선다. 건너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날 친구들이 있어서다. 5학년이 되자 베프가 생겼다. 학원시간이 다르니 아침에 만나 잠시 수다를 떨어야 된단다. 지나가다 아들의 베프와 마주친 적이 있다. 짧은 시간동안 그 아이의 눈빛과 말투를 통해 성향파악을 했다. 추측대로 지랑 똑닮은 친구들을 보며 안심했다.





2학년이 된 둘째가 나갈 차례다. 녀석도 이제 친구랑 간단다. 작년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앞동에 산다. 엄마 껌딱지에다 계단 귀신이 무서워 매일 같이 나를 끌고 다니더니 이제 뒤도 안돌아보고 휙 나가버린다. '계단조심, 차조심, 마치면 전화해.' 라고 소리치지만 달그락 달그락 수저와 물통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린다.




아이들이 자란다. 스물 여덞에 엄마가 되었고 서른 하나에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2년 후면 나는 중딩 학부모가 되고 8년 후면 첫째는 성인이 된다. 간주 점프 한 인생을 경험중이다. 후렴구만 부르다 지칠뻔 했는데 전주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타 베이스와 드럼, 색소폰 반주에 가끔은 젖어도 될 것 같다.




쉼 없이 그들을 위해 살았다고 자부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무엇하나 풍성하지 못했을 삶인데 그간 내 목소리만 듣느라 조화로운 선율을 무시했다. 훌쩍 커버린 두 아이가 친구를 찾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다. 나의 자리가 작아지는 느낌을 져버릴 수 없다. 반갑게 여길 것인지 질투를 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들이 즐겁다면 나도 즐거울 것이란 건 명백하다.





눈을 뜨면 또 자라나는 생명체가 내 곁에 있다. 나의 숭고한 임무가 아직 유효하다는 얘기다. 더는 자라지 않는 나와 달리 날마다 커가는 두 녀석의 시작, 3월을 격하게 응원하고 싶다. 생생한 추억을 나눌 불알친구를 되도록 많이 만들길. 엄마의 고약한 잔소리를 그리워 할 줄 아는 청년이 되길. 미래가 아닌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 성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은팬티갈아입는날

#언제까지말해야속옷을갈아입을까

#머리를감을까




+ 두 아들과 격했던 행주사태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onlykhsa/14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필이란 거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