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을 새로움으로, 새로움이 늙음으로
어떤 섬유유연제를 쓰는지, 로션을 바르는지
세탁 횟수에 따라 옷감에 베는 사람의 향이 결정된다.
옷이 뿜어내는 사람의 향은 인공적인 반면,
공간이 머금은 사람의 향은 날 것 그대로의 향이다.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머물러야 하는 곳에는
먹고, 자고, 싸는 성실함이 구석마다 스며있다.
은밀한 정직함이 깃든 그곳은
못난 나를 마음껏 내비쳐도 욕하지 않는다.
어느 때라도 머물러도 괜찮다고 한다.
너만의 공간에서
너만의 시간을 마음껏 흘러보내라 한다.
어제의 내가 내일의 ‘나’로 태어나는 '방'
그곳에서 매일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워진 나를 만난다.
방은 미래의 나를 그렇게 탄생시켜 놓는다.
늙음을 새로움으로
새로움을 늙음으로.
내 방의 주인은 어둠이다.
그는 방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간살이와 내가 있는 공간을 빼고 남은 전부가 그의 것이다.
그는 무척 살뜰해서 옷장, 책장, 서랍 따위의 빈 곳은 물론
이불 속 같은 작은 틈새도 놓치지 않는다.
내 비어 있는 뱃속에도 그는 살고 있다.
방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속내까지
그가 깃들지 않은 데는 없다.
방은 마음의 성채이자 마음의 들판,
우리는 그곳의 왕이자 유일한 백성이다.
방을 갖는 일은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것,
나는 나만의 우주가 아주 마음에 든다.
-이현호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여러분에게 '방'이란 것은 어떤 의미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