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이모 Sep 15. 2022

엄마, 추석 용돈으로 이걸 할거야

배당주 투자를 시작한 두 아들


사촌, 육촌 등 왕래가 없는

명절이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작은 할아버지와 큰 외할머니

고모할머니 등...


낯선 어른에게 1년에 2번

아이들이 돈을 받는  날이기도 했는데

올 추석도 늘 보던 인물과 함께 했다.


두 아이는 할머니, 외할아버지, 고모부, 이모부에게

봉투를 하나씩 받았다.



봉투를 받을 때면 둘다 어디서 봤는지 한번은 꼭 사양한다.



'괜찮아요, 아... 할머니, 저 돈 있어요. 용돈 안주셔도 되요'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상태에서

두손을 내밀었다 뒤로 감췄다 결국 받고선

뒤돌아 스윽 웃을 거면서.


솔직한 둘째는 그 자리서 액수를 공개하기도 한다.

"엄마, 대박 오만원짜리야. 와... "


꿋꿋이 몇 장인지 세어보고 다시 넣는 둘째의 패기는

늘 새롭다.


한바탕 소란을 떨고나면

나의 부모님과 남편의 어머니는 이런 맛에 산다고 한다.


손주들에게 돈 쥐어 주는 맛.

손주들이 기뻐하는 걸 지켜보는 맛.

그대들이 준 돈으로 뭘 샀다고 보고 받는 맛.

그래서 그대들을

보러 오겠다는 말을 듣는 맛.


집으로 돌아오면

흰 봉투 속 금액을 정산하는 의식을 치른다.



"다 합치니 OO만원이야, 이걸로 뭐하지?"


둘이서 한 참을 수근수근 거린다.

그리고 갑자기 묻는다.


"그 때 그... 우선주, 배당 많이 주는 우선주가

어느 기업이라 했어요?"


낮말을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우리집 새랑 쥐는 두 녀석이다.


요즘 남편이 배당주 투자에 꽂혀서

나와 이야기 하는 걸 들었나보다.



"OO회사 주식이었지"

"아빠, 그거 많이 떨어졌어?"

"음, 요즘 계속 떨어지고 있지."

"주식이 떨어져도 배당은 똑같이 주는 거야?"

"회사가 돈을 여전히 잘 벌고 있다면 배당을 주지,

주가가 내리면 배당 수익률은 높아질 수도 있거든."




* 배당수익률 :

현 주가나 매입 주가에 대한 전년도 배당금의 비율


* 배당금 :  

주식 소유자에게 주는 회사의 이익 분배금


같은 배당금을 받아도 배당수익률은 진입한 가격에 따라 다르게 계산된다. 즉, 주가가 하락한 구간에 진입했다면 배당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첫째 왈,

"OO만원은 배당 많이 주는 OO 회사 주식 사고

OO만원은 통장으로 이체하고

OO만원은 토스에 넣을거야."



둘째 왈,

"난 분해 되는 플라스틱 만드는 OO 회사랑

(동물을 사랑하는 둘째는 바다 거북을 위해

OO회사 주식에 꾸준히 투자 중이다)


형아가 말한 그  회사 주식 조금이랑 사죠.

그리고 OO만원은 은행에 넣을거고,

OO원은 포켓몬 카드 사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저금통에 일단 넣어둘거야."



오늘 저녁,

두 아이에게 매수와 이체 완료 보고를 해야겠다.


계좌를 보니 명절후유증이 도진다.

언제 이리도 썼을고...


곳간도 텅텅비어 있어 허함이 더하다.

보통의 명절이었다면 3주 동안의 양식이

냉장고에 채워져 있을텐데 ...


나에게는 허한 추석이었지만

두 녀석에게는 풍요로운 추석이었나 보다.


사촌들과 실컷 놀고

용돈도 실컷 받았으니


차곡차곡

용돈을 관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녀석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나보다 더 자유롭게

더 도전적으로 살겠지.


더 많이 버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더 많이 나누고  즐기며 살겠지.


부디 그럴 수 있길.


작가의 이전글 시, 오랜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