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움'이 더 선명해지는 글쓰기
'나 다움'이 더 선명해지는 시간
글쓰는 작업치료사 모임을 시작할 때 내걸었던 워딩이다. 언젠가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가득 찼고 실제로 글을 꾹꾹 눌러 완성해 놓고 다시 읽어 보면 평소에 '나'라는 사람이 가진 생각과 가치들이 글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가는 방식이든 주제를 정해 놓고 쓰는 방식이든 글쓰기는 결과적 원래 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들 위에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형성된 '나'를 드러내게 해 준다. 말을 하는 것도 비슷하지만 말은 뱉는 순간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말로써 '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천천히 꾹국 눌러쓴 글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고 이는 글쓰기가 가진 큰 매력이고 즐거움이기도 하다.
작업치료사의 삶의 이야기는 '사람'을 향한다
모든 직장인이 마찬가지듯 나도 작업치료사로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치료와 작업치료와 관련된 일을 하며 보냈다. 10년 넘게 작업치료를 하며 클라이언트와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퇴원하는 클라이언트와 보호자에게 내 작업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면 세상에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착각이 행복감으로 바뀌어 전해지기도 했다.
이제와 가장 아쉬운 점은 그때 경험들이 대부분 남겨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다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한다. 내가 병원에서 경험한 삶의 희로애락 이야기를 작업치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 나아가 이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내 아쉬운 마음의 진원지다.
작업치료사의 삶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작업치료의 핵심 도구인 '작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그 작업의 주인인 '사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지 않고는 '작업'을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작업치료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작업치료사가 말하는 삶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새어보니 글쓰기 모임 1기 멤버들과 총 105개의 글을 썼다. 작업치료사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서 하나의 글 묶음을 만들어낸 선생님도 있었는데 그 뚝심이 멋지고 부럽기도 했다. 아이를 향한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나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도 있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자신을 성찰하고 작업치료사로서 다짐하는 글도 있었다. 작업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한 꼭지씩 써 내려간 글도 있었다. 저마다 글은 현재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반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 우리가 만났고 함께 글을 썼고 공유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작업적 존재의 연결이 (비록 대면은 아닐지라도) 이루어졌고 그 연결로 인해 서로의 작업(글쓰기)은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 하기도 하고 글쓰기를 잘하려면 글쓰기 근육을 길러야 한다고도 한다. 글을 지속적으로 써내기 위해서 적정 수준의 자극과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8주간 약속한 시간에 글을 최소 한 편씩 써내기 위해서 나름 씨름도 했을 것이다. 이 씨름을 이겨내고 하나씩 완성해 낸 글을 마주하는 기쁨은 잔잔하다. 더불어 내 글을 읽고 댓글로 소통해주는 이들을 통해 따뜻하기까지 하다.
다양한 색깔의 글만큼이다 다양한 우리들의 삶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작업'과 '사람'을 잇는 작업치료사의 글쓰기 플랫폼
1) 작업치료사(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글쓰기 공간
2) 카테고리 별 글 모음 작업치료사가 되기까지, 우리의 임상 이야기, 우리의 작업 이야기, 사회이슈와 정책 3) 기수별 글 1개씩을 최종적으로 모아 글모음집을 발간하여 공유하고 공저 책을 출간
1년 육아휴직 후 복직을 열흘 남겨두고 있다. 올해 나는 임상 13차에 접어들었고 아마 복직을 하고 나면 글을 더 쓰고 싶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밀도 있게 21년 작업치료사로서 살아내고 이를 글로 써내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더 다양한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의 글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이어졌으며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