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공방 디렉터 Mar 21. 2021

[복직 일기] 나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아침 루틴들

복직한 작업치료사의 아침 루틴 공유

1. 나를 든든히 세워 주는 아침 루틴

미라클 모닝 모임 인증을 하며 5시 40-6시 사이에 일어난다. 이때부터  60-80분 동안 출근 전 아침 루틴이 시작된다. 올해 버킷리스트에 올렸던 웨스트 민스터 소요리문답 필사, 아침 일기를 쓴다. 이어 2021 pixels 스프레드 작성을 한다. 전날 저녁에 중요한 일 먼저 끝내기 모임 단톡방에 인증한 당일 해결하기로 한 중요한 일 1-2가지 처리하거나 시간이 조금 남으면 짧은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한다.


7시 5분에 아침을 먹고 15분에 집을 나선다.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기 거리에 직장이 있기 때문에 평균 7시 35분 정도에 도착한다. 업무용 컴퓨터 전원을 켜 놓고 옷을 갈아 입고 오늘 치료할 클라이언트 이름을 바인더에 적으며 치료할 내용을 간단히 메모한다. 필요한 업무 준비가 있다면 해둔다. 그럼 신입 선생님이 출근을 한다. (하루 12분 운동 모임 단톡방에 아침 또는 퇴글길에 인사를 하며 운동 인증을 한다)


8시쯤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보이차를 우려내어 일상생활치료실로 가서 한 모금한 후 요가 동작 4-5개를 하고 나면 8시 20분 정도가 되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출근해 사무실에 와 있어 인사를 나눈다. 10분 동안 최근에 읽었던 책의 문장 중에서 하나를 뽑아 필사를 하거나 하루 12분 독서모임 단톡방에 문장을 공유한다. 시간은 약간씩 변동되지만 복직 3일 차부터 이런 형태를 13일 차 출근까지 유지하고 있다.


아침 루틴이 안정을 찾아갈수록 하루 전체에 대한 만족감과 안정감이 커졌다. 업무를 먼저 달라고 팀장님을 찾아가는 나를 보고 나도 놀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치료 자체에도 더 몰입하게 되었다. 클라이언트 삶의 맥락으로 들어선다는 느낌이 들고 나니 치료시간도 가볍게 느껴졌다. 외부에서 전공 관련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는 데도 크게 부담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2. 왕복 1시간 걸어서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누리는 유익들

부끄럽지만 걸어서 30분 거리를 나는 10년 넘게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했다.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아내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나름 이유도 있었는데 20분 정도 일찍 출근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는 거였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나의 삶은 전력 진주하는 달리기를 닮아 있었다. 항상 바빴고 항상 할 일이 쌓여 있어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머릿속이 일로 분주할 때가 많았다. 이런 내가 육아휴직 5개월 차부터 어떤 계기로 러닝을 시작했다. 러닝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그리고 건강을 급속히 좋아지게 하는 좋은 운동으로 많은 유익을 주었다. 반면 러닝은 쉴틈 없이 달려온 지난날 나의 인생과 닮아 있었다. 이때 읽었던 책이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선생님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였다. 


이 책의 앞부분에 나온 '몸을 느끼지 못한다'는 문장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정말 딱 그런 사람 같았다.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느껴볼 여유도 없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그런 형태의 운동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러닝을 멈추고 몸을 느끼는 요가와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다. 몸이 힘들지 않으니 운동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요가와 걷기를 한 달 동안 꾸준히 이어가니 그제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러닝을 하며 수없이 지나다닌 던 곳에 맛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도 놀랐다. 이렇게 바쁘게 빠르게만 살면 놓이게 되는 좋은 것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말한대로 걸으며 내 발과 바닥이 만나는 느낌을 느껴보고 내 관절 내 호흡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평생의 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주 1회 러닝과 주 5-6회 걷기와 요가를 이어가고 있다. 내 삶의 혁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흐름을 복직 후에도 놓이고 싶지 않아 버킷리스트에 '걸어서 출퇴근 하기'를 넣었고 13일째 실천했다. 2일 차 까지는 왠지 마음이 분주해서 발걸음이 빨랐고 걷기 자체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가니 휴직 때 경험했던 걷기가 주는 유익을 출퇴근 시간마다 누리고 있다. 몸과 눈으로 느끼는 유익뿐 아니라 다른 유익들이 있음을 발견했는데 다음과 같다.


출퇴근 시간에 부모님 또는 자주 연락 못한 지인과의 통화를 하며 안부를 전했다. 가끔은 얇은 책을 들고 출발해 독서를 하기도 했다. 신청해두고 진도를 못 나가고 있던 VOD강의를 듣거나 영어공부 무료 앱으로 혼자 중얼거리며 말하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처럼 출근하는 직장인과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관찰하거나 동네 구석구석을 눈에 담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경험 중에 하나는 퇴근길에 동네 도서관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한 책을 받아 오는 거였다. 복직하고서도 도서관의 유익을 이어갈  있다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10 넘게 차를 타고 출퇴근하며 누리지 못한 것들을 하루 왕복 1시간 걷기를 통해 누리고 있다니!  


이런 소소한 작은 루틴들이 나의 하루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복직 후 경험하고 있는 작업치료에 대해서, 작업 균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복직 일기] 길었던 한주를 복기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