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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Mar 29. 2021

[복직 일기] 맥락을 아는 작업치료의 중요성

아무튼, 작업치료

복직 18일 차 목요일이다. 17일 동안 내가 어떤 작업치료를 해왔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1년간 쉬었다가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치료시간에 클라이언트와 교감하며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종종 있다. 작업치료는 치료사와 클라이언트 서로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 존재한다. 그 교차점에서 작업치료사는 클라이언트를 삶의 맥락과 작업치료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게 된다. 동시에 클라이언트는 작업치료사를 통해 질병으로 좁아져 버린 역할과 삶의 영역을 다시 넓혀가게 된다. 복직 후 20여 일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자각은 작업치료사인 나에게 행복 그 자체다. 이 행복감을 치료적 사실을 예로 들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대체 치료사의 불편함

휴가를 하거나 하면 동료 치료사에게 내 클라이언트의 치료를 맡기고 가게 된다. 이 때는 길어야 하루 이틀이기 때문에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적어준 대로 30분 치료를 하면 된다. 그런데 복직자의 상황은 다르다. 휴가 대행 한 두 명이 아니라 오전 오후 5-6명의 치료를 그것도 1시간(회복기 병원이 된 후 하루 60분 치료)을 이어서 해야 한다. 3/2(화) 첫 출근을 해서 4일 동안 정말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유를 되짚어 보니 치료 60분 동안 내가 하는 치료 행위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하고 '그냥'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퇴직한 선생님이 치료 내용을 자세히 적었더라도 이분들에 대해 내가 아는 것 극히 일부이다. 나에게 전달된 치료 활동이 있기 전에 어떤 맥락이 치료사와 함께 형성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짧게는 입원 2개월에 접어드는 분도 계셨지만 길게는 입원 6개월을 거의 앞두고 있는 분도 계셨으니 나는 정말 이분들에 대해 아는 게 없이 치료 행위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업치료사는 의미를 알지 못하는 치료 활동을 할 때 불편하다. 보이는 치료 활동 이면에 숨어 있는 치료 활동을 떠받치고 있는 의미와 목적을 활동 안에 담아낼 수 있을 때 치료사 스스로 만족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2주 차에 접어드니 나름대로 클라이언트 개인이 가진 강점과 약점이 정리가 되었다. 우선 이전 치료사와 만들어 낸 동기와 치료적인 목표의 결을 존중하고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와 치료시간에 다시 만들어가는 신뢰관계와 친밀감을 토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작업치료를 해 나가기고 했다. 


내 치료에서 느끼는  편안함

다행히 6명 중에 4명이 신환으로 전환되었다. 첫 상담부터 수행 분석 그리고 중재에 이르기까지 2-3일 안에 몸과 머리에 익혀진 나만의 작업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 1년 만에 하는 작업치료 상담이 잘 될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입은 살아있었다. 말이 많아지는 걸 자각했는데 다음 신환 때에는 조금 더 여유 있게 듣는데 집중하며 상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치료 목표로 설정한 화장실 다녀오기, 옷 갈아입기, 휠체어로 실내 이동하기 등을 실제로 관찰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해결을 위한 중재를 시행하고 병실 생활에서 안전하게 습관화될 수 있도록 보호자를 치료에 참관시키고 교육하여 치료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상담할 때만도 어두운 표정으로 '화장실만 혼자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던 분이 2-3일 안에 화장실을 다녀오기가 90% 완료 되었다. 


이렇게 작업치료 초기에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하면)'된다', (살아갈)'방법은 있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과 경험은 치료사를 신뢰하게 만들고 자신의 다음 작업에 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복직 후 나의 클라이언트분들과 그들의 '작업'을 통해 소통하고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나도 작업치료사 나의 작업으로써 나를 만족시키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세부적인 치료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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