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때마다 나는 배운다
최근 컴퓨터 앉으면 2-3시간은 기본이다. 그래서인지 몸이 찌뿌둥했다. 시간이 늦었지만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뛰기 시작하는데 선선한 바람이 몸을 가볍게 했다. 속으로 5km 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5km까지 경사를 뛰었다. 얕은 내리막 길로 3km를 달린 후 길을 건너 얕은 경사를 뛰어 돌아왔다.
4km까지 가는데 시계를 10번 이상 본 것 같다. 순간 '그냥 걸을까?'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걷지만 말고 가볍게라도 목적지까지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후자를 택했다. 4km 지점에서부터 얼마나 남았는지 지금 속도가 얼마인지 확인하지 말고 언덕 아래 우동국수집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내 생각에 절반 즈음까지 얼마나 시계를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몸은 이미 시원한 바람을 이기고도 남을 만큼 달아올라있었고 다리는 묵직했다. 그래도 시계를 보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그리고 호흡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남은 절반 정도의 거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심리상태로 도착했고 조금 더 뛸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제 달리기를 하며 배운 깨달음은 인생에서 결과(성과)에 너무 목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얼마나 잘 가고 있는지 이대로 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목표를 향해서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있고 이 일을 즐기고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사실 결과(성과)와 마주하기 전에 내 인생이 멈출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해 본다면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가치와 만족을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엔 어떤 일이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각을 재느라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시작을 했더라도 중간중간 결과에 대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반복되며 맡겨진 일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던 기억이 적지 않다.
그랬던 나는 변했다. 아니 성장했다. 어느 정도 큰 계획이 세워졌다고 생각하면 우선 시작해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협업이 필요한 일이라면 제안을 하기도 하고 나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시작을 했는데 좀 아니다 싶으면 바꿔서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6월이 끝나기 전에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하려고 한다. 솔직히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이 나에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우선 시작해본다. 첫 번째 행동으로 이 일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해버렸다. 일을 시작을 하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때까지 들인 노력과 경험이 무형의 자산으로 고스란히 나의 세포 속에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