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몸으로 교감하는 시간
첫 아이가 어려서부터 둘째 셋째가 태어나서도 아이들이 잘 때면 몸을 주물러주었다. 재활분야 전문가로서 해부학, 근육 공부했다는 이유 말고 마사지를 원래 좋아하는 몸이 매우 뻣뻣한(Stiff) 체형이라 내가 좋아하는 걸 아이들에게 해준 것뿐이다. 마사지라고 말하기도 뭐 하지만 어쨌든 그게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마사지로 묶인 관계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많이 걸었던 날이던가 운동을 심하게 하고 들어온 날이면 아빠를 찾는다. 그러나 아빠도 피곤하기에 공짜는 없다. 마사지를 서로 받기 위해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요일이라 온 가족이 교회에 가야 하는 날인데 셋째 딸내미의 수족구 진단으로 나는 딸을 맡고 아내와 두 아들은 대중교통으로 교회를 다녀왔다. 늦은 오후 집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둘째가 "아~~~ 다리 아파~~" 밑밥을 깐다. 오늘은 기분 좋게 알아듣고 "오늘 아빠가 마사지해줄 테니까 잘 준비 빨리하기!!!" 했더니 셋 다 동시 합창을 한다. "네~~~~~"
마사지를 받아내는 반응들도 제각각이다. 둘째는 본인이 요구하는 방식과 부위를 또박또박 이야기하고 강한 압박 마사지도 담담하게 잘 받는 편이다. 반면 첫째와 막내는 감각이 예민하고 통증 역치도 매우 낮은 편이라 마사지받는 내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어쨌든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마사지를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안다. 아빠가 기분을 풀어주고 싶거나 필요한 요구사항을 말하기 전에 "아빠 마사지 해드릴까요?" 한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절반 정도는 마음이 빼앗기고 원하는 바를 들어주곤 한다.
마사지를 셋다 해주느라 잘 밤에 조금 덥기는 했지만 뿌듯한 주말 저녁에 마침표를 찍었다. 참고로 아내는 마사지를 굉장히 싫어한다. 아이들과의 교집합이 있음에 감사하고 언제까지 몸으로 하는 이 교제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