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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Sep 11. 2023

동네음악회에서 아이와 추억 쌓기

어린이집 앞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

일은 몰려서 온다고 했던가. 지난 금요일 오후 컨설팅 업무를 마치자마자 녹번동으로 향했다. 소셜밥터디 19기 오리엔테이션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소셜밥터디는 은평사회적 경제허브센터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 루트를 밟아 사회적 가치 실현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사업을 키워가고자 출발선에 선 사업가를 지원해 주는 프로젝트다) 다 마치지 못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나머지 일정은 부대표에게 맡기고 인사하고 나와야 했다.


이걸 꼭 해야 하나!? 이렇게 바쁜데?? 마음속에 의문에 의문을 품고 일주일 전에 딸내미에게 물어봤다. "딸~ 이거 꼭 해야 해?" "응, 당연하지. 난 아빠랑 하고 싶은데?" 더 물을 수가 없다. 그래 하자!


그러고 2-3일 벼락치기로 그 유명한 젓가락 행진곡을 연습했다. 그런데 공연날 아침까지 둘이 잘 맞질 않는다. 참고로 나는 피아노를 학교 음악시간에 멜로디언 말고는 정규과정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예체능 중에 음악 미술 빼고 체육만 왕왕 좋았던 사람이다. 연주를 맞추기 위해 딸내미 어린이집도 1시간 늦게 보냈다. 그런데 나도 일을 해야 하니 등원을 시키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상태로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연주 마치고 사회자 선생님이 딸내미한테 "해라 내년에 졸업생으로 공연 같이 할 거야?" 묻고 딸내미는 (활짝 웃으며) "네~"라고 답한다. 나한테도 "오늘 공연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했더라면 할 말이 많았는데 내가 약간 무대체질이라는 걸 모르는 선생님은 질문하지 않으셨다.


대신 글로 이날의 공연의 전후 맥락을 기록하고자 한다.

공연장소이자 무대인 어린이집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어린이집 앞 공용 동네 놀이터에 사람들이 엄청 모여있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공연 준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망! 해! 다!


급히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를 찾아 "어린이집 앞에서 하는 공연 아니었어????" (묘한 표정을 하며) "아~ 내가 자세하게 이야기를 안 했네 미안~" 와.... 아침에 등원시키지 말고 1시간만 더 연습할 거... 후회가 밀려왔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딸내미와 아빠의 공연은 영상으로 사진으로 박재되었다.


공연은 잘 되었는지 궁금한가요? 실수는 있었지만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이 날 음악회는 장애통합 어린이집 주관으로 하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음악회' 콘셉트로 구성되어 장애인으로 구성된 공연팀 공연도 있었고 어린이집 플루트 소모임들로 구성된 선생님들 공연도 있었어요. 가족 단위로 신청한 유일한 가족이 딸내미와 저였던 거였어요.

아무튼 딸내미도 실수가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아빠와 함께해서 좋았다고 하니 아빠인 저는 뭐 더 바랄 게 있겠어요. 찬바람에 열이 오른 딸내미와 오늘 오전 함께 있으면서 보니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만 지나면 친구만 찾고 부모를 안 찾는 때가 오려나요? 이런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런저런 추억들을 잘 담아두는 게 나중의 관계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에는 피아노를 좀 배워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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