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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Sep 23. 2023

놀아주는 게 아니라 진짜 노는 아빠

아빠도 아이들 덕분에 즐겁다

가깝게 지내는 가족 중에 경기도 의왕에 사는 아들만 넷인 가족이 있다. 우리 집도 아들이 둘이니 모이면 아들만 여섯이고 아빠들까지 모이면 여덟이다. 중학생 한 명만 빼면 모두 초등학생들인데 학년 나이 상관없이 어울릴 수 있는 형태가 가능하다. 


이 가족과 급 만남이 성사되어 아침 일찍 의왕시 체육공원 배드민턴장을 대관해서 2시간 정도 실내에서 놀고 점심 먹은 후 오후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아침 9시 집을 나섰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 정확히 12시간 정도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 셈이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삼 남매는 기절한 상태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들도 좋았다고 했지만 아빠인 나도 너무 즐겁게 하루를 보낸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아빠인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로 비행기 태워주기, 자유로 드롭, 이불김밥말이, 산책 등 주로 몸을 놀아주었다. 소꿉놀이, 역할 놀이는 몇 번 시도는 해봤지만 쉽지 않아 오래 하지 못하고 결국 내가 선호하는 형태의 놀이만 하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내가 놀아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고 오늘처럼 온 에너지를 다 사용하여 배드민턴, 축구를 하면서 '아 내가 놀아준 게 아니라 같이 놀았던 거구나.'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학교 다닐 때 반친구들하고 어울려 축구를 하긴 했지만 축구를 잘하진 못했다. 대신 열심히 했다. 뛰어다니며 개인기 좋은 친구들의 공을 커트하고 주로 수비를 봤었다. 학교를 떠나고 나서는 일부러 축구를 찾아서 하진 않았기에 거의 멀어진 운동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둘이나 생기면서 미래에 '아들들과 즐겁게 운동하는 상상'을 했던 것 같고 아이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하니 덩달아 아이들과 공 주고받기를 하는 걸 계기로 다시 축구공을 건드리게 되었다. 덕분에 발재간을 부리기도 하고 킥 연습도 많이 하게 되면서 학창 시절 보다 공 다루는 기술이 좋아졌다. 그러니 축구가 재밌어지고 아이들도 아빠랑 축구하며 노는 걸 좋아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다. 


큰 아들과 샤워를 하고 마사지 교환을 했는데 종아리, 허벅지가 어마무시하다. 그리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액면으로는 부모가 자식을 기르고 있지만 철저하게 아이들을 통해서 더 나은 인간이자 부모로 성숙해져 간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은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의무감만 남겨진 노력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처럼 아들들과 신나게 몸을 계속 놀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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