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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27. 2023

부모님과 함께 한 2박 3일 휴가를 마치며

여행은 무엇을 배우게 하나

올해로 결혼 13년 차다. 부모님은 43년 차다. 딱 30년 차이다. 그리고 올해 아버지 나이가 70이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불쑥 '10년 뒤에는 2박 3일 휴가를 이런 식으로 함께 하긴 힘들겠지?'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나도 (믿기지 않지만) 40살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번 여행이 부모님과 우리 부부 인생에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며 든 생각 몇 가지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1. 부모님의 칭찬들

여행 내내 부모님은 '니들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는 말씀을 수없이 하셨다. 좋은 모습만 보고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싶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가 새벽 수영 간 사이 삼 남매가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이불 개고 할 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상에 남으셨는지 고향으로 향하는 오늘까지도 계속 칭찬을 해주셨다. 그리고 아이들 너무 혼내지 말고 칭찬을 많이 해주라는 말도 거듭 강조하셨다. '아빠도 칭찬에 그렇게 인색하셨는데 할아버지가 되니 다른 사람이 되셨어요.' 첫 아이 태어나고 한 두 번 농담진담 반반 섞어 이야기 한 후로는 속으로 혼잣말로만 하고 있다.


나도 할아버지가 되어서가 아니라 삼 남매에게 특히 아들 1 아들 2에게 나중에 깨닫고 할 칭찬을 가불해와서 미리 충분히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 자식은 절대 부모를 더 사랑할 수 없다. 

항상 부모님과는 우리 가족이 고향을 찾는 방식으로 대면했다. 1년 많으면 5-6번 적으면 3-4번 정도 방문했던 것 같다. 고향에 내려가면 매달 드리는 용돈과는 별개로 부모님께서는 이쁜 아들 손주 며느리 왔다고 모든 비용을 다 내시고 섬겨주신다. 아내는 좀 다른 거 같은데 나도 결혼 전까지 익숙한 방식이라 자연스럽고 굳이 마다하지도 않았다. 


이번 여행은 모든 비용을 일체 우리 가족이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신경이 쓰이셨는지 첫째 날은 계속 카드를 꺼냈다가 넣으시곤 했다. 내려가시는 길 기차역에 모셔다 그리고 왔는데 여행 내내 너무 고맙고 좋아서 손주들 맛있는 거 사주라고 하시면서 기어이 흰 봉투를 또 꺼내어 찔러주신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용돈을 매달 꼬박꼬박 드린다고 나를 키워주신 그 돈 다 갚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식과 손주들에게까지 아낌없이 주시는 부모님이 계심에 감사하다. 다 갚진 못할지라도 자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 할 말이 있게 해 드리는 게 사랑이고 효도다. 

며느리와 친해진 어머니는 사춘기 시절 무뚝뚝하고 차갑고 예민했던 나의 꼴통 모습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희미하지만 동의할만한 정황들은 너무도 충분해서 부인할 수 없다. 사춘기, 그게 얼마나 큰 면류관이나 되길래 부모가 자식 눈치를 보게 하는가 철부지도 그런 철부지가 없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여행 중에 아버지는 손주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며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비슷한 이야기, 예전에도 수없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셨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가 가장 현명하고 신사적이고 신뢰할만한 사람이었지만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을 넘어가면서 아버지의 말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맞고 틀리고를 분별하며 잘 듣지 않을 때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서도 듣고 있다가도 답답한 나머지 한 번씩 아버지가 하신 이야기에 대해서 보충을 하거나 반박을 했다. 


이번 여행에는 대부분 그냥 듣었던 것 같다. 맞고 틀리고 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하신 말은 모두 손주를 위한, 아들과 며느리를 위한 말이라는 사실이 더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러나 자식에게 존중받는 부모는 있다. 자식이 부모의 능력과 실력이 아닌 부모라는 위치 자체로 존중하는 자식일 때 가능한 일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할 말을 충분히 하실 수 있도록 잘 들어드리는 아들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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