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노느냐가 그 사람을 규정합니다.
주말 오전 정재승 교수님의 책 <열두 발자국>을 펼쳤다. 강의를 책으로 만들어서 술술 읽히고 괄호치고 '웃음' 이렇게 해 놓았는데 그 포인트마다 가벼운 웃음을 짓게 하는데 마치 현장 강연을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강연 한편 들을까 하고 펼쳤는데 제목부터 끌린다.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1. 놀이하는 인간
저자는 다양한 놀이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지만 놀이에 대해 확정적으로 정의 내리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놀이'를 생각해 보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답변의 재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생산적인 목적 없이 우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사흔 행위(옥스퍼드)
생산적인 결과물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정재승)
인간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가장 창조적인 행위(미국 놀이연구소장 스튜어트 브라운)
인간은 놀이를 통해서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즉,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의사결정 과정을 제대로 익힌다고 주장합니다. (도널드 헵)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에 놀이의 역할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정재승)
2. 놀이의 매력은 자발성
"놀이는 인간의 내재적 본능이며 심지어 뇌의 여러 영역을 발달시켜 주는 창조적인 행위인데, 왜 우리 사회는 놀고 있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걸까요?"
어렸을 때에는 알아서 창의적으로 재밌게 놀던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놀이를 거의 잃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제한적인 놀이를 하거나 공부 안 하고 놀면 죄책감을 느끼는 지경이 되었음을 역설한다.
"저는 학교를 얼마나 즐겁게 다니느냐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은 특히 공감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과 욕구가 있다. 시기에 따라 의무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지만 의무적인 선택들을 걷어내고 나면 자기 욕구와 선호가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결국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해볼 때라야 진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4월부터 컨설팅을 하고 있는 데이케어센터에서 내부 시스템으로 구축해가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치매어르신 스스로가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관에서 정한 외부 강사들이 1대 다수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나이가 들어도 심지어 치매에 걸렸더라도 자신의 '선호'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치매 진단을 받은 후 보호를 받는 입장이 되다 보니 집에서나 기관에서도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넘겨버린 것 같다.
처음 '내가 고른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활동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이라고 했는데 한참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바다. 다행히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법 빠르고 선택하고 본인의 당일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고르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우리가 컨설팅 가는 날의 어르신들의 표정이 분명 다르다.(나는 그렇게 느낀다) 사람은 정말 자기가 원하는 걸 해야 행복하다.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수록 그곳을 더 가고 싶어 한다.' 다음 컨설팅 간담회 때 인용해서 함께 협업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공유할 생각이다. 우리가 하는 '내가 고른 프로그램'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공감할 필요가 있다.
3. 나는 어떻게 놀 때 가장 행복한가
'나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노는 동안, 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합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분들께 하는 질문입니다. 여러분에게 놀이는 무엇인가요? 어떤 놀이를 즐겨해 왔나요? 당장 주말에 어떤 놀이를 하며 놀 건가요? ^^ 왜 그 놀이를 좋아하나요?
답변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질문에 답변을 통해 여러분 자신을 더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놀이로 쉼과 즐거움이 있는 주말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