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간다는 것
1. 수영장에서의 관계성
수영장 공사로 열흘만에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 물을 새로 받았는지 시원 깨끗한 느낌이 좋았다. 오랜만에 3 레인 회원분들 보니 반가웠지만 수영이라는 운동 특성상 수다를 길게 떨기 어려우니 오래 만난 분들은 변화된 얼굴, 수영복을 알아봐 주며 인사를 나누곤 한다. 쌍꺼풀 수술을 한 분도 있었고 수영복을 바꾸신 분들은 여럿 있었는데 표정들이 다 좋아 보였다. 역시 수영은 아이템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시콜콜 묻고 아는 척 하기도 좀 어색해서 속으로 다들 잘 지냈구나 짐작했다. 한 명 두 명 목례하듯 인사하는 분들은 늘어가지만 1년이 지났음에도 사실 어떤 분들인지 거의 모른다. 열심히 한 레인에서 수영을 함께 하지만 옷 갈아입고 나가면 사실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고 각자 바쁜 일상 속으로 출발하느라 더 깊어지기 어려운 관계적 특성이 있다.
2. 함께 하는 수영의 매력?
오랜만에 하는 수영이니 살살해야지 마음먹고 왔지만 선생님이 "10바퀴요" 하는데 몸 사리는 회원들이 앞으로 밀고 밀어 어쩌다 맨 앞줄에 섰다. 줄줄이 뒤따라 오는 동료들을 보고 있자니 몇 바퀴 안 돌고 힘들다고 나만 옆으로 빠지는 게 약간 자존심이 상하고 예의도 아닌 거 같아 몇 바퀴라도 더 돌 수밖에 없다. 약간 떠밀리듯 그렇게 호흡의 한계를 오가며 10바퀴를 완료한다.
힘을 빼라 빼라 하지만 나는 아직 힘 빼는 수영이 어렵다. 멈추어 호흡을 정돈할 땐 이미 온몸이 열로 가득 찬 상태지만 나에게 가장 어려운 10바퀴 몸풀기가 끝나고 나면 그래도 마지막까지 잘 완료하는 편이다. 1 레인 2 레인 때에 비하면 1년 사이 많이 나아진 건 분명하다.
3. 1년 수영 앞으로 어떻게 할까
주 6일 수영을 할 수 있는 회원권을 5개월째 등록했다. 지금 수영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이다. 새벽 5시 30분 기상해서 해온 1년 수영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새벽에 일어나 책 읽고 글 쓰고 중요한 일을 두고 고민하고 하나씩 해나갈 때의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요즘 고민이다.
24년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때에 9월 수영을 하면서 새벽시간 루틴을 재정비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일요일 운동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월요일은 꼭 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회원들이 엄청 많으니까 그날을 피해 화요일과 목요일, 자유수영 토요일에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는 걸로 조정해 봐야겠다. 수영장 안 나오는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새벽시간을 활용해 밀도 있는 사업동력을 위한 자기계발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었다.
4. 나만의 루틴을 위한 고민
건강한 루틴과 습관은 건강한 삶의 토대가 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고 실제로 여러 유익을 주었던 활동도 다른 일상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왜냐하면 늘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고 무언가 꾸준히 해서 몸에 익숙할 정도가 되면 나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그냥' 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바뀐 상황에 맞는 활동에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활동인지, 약간 조절할 때 새로운 활동과 더불어 더 좋은 활동으로 남을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수영 1년 2개월 차를 넘기면서 나는 지금 그런 때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수영 열흘을 쉴 때에도 수영 생각이 나고 물에 들어갈 상상을 하며 즐거웠을 정도로 수영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수영을 계속 나의 삶에 좋은 위치에 잘 두기 위해서라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조절한 루틴을 통해 중요한 일도 끝내고 적절한 체력 안배로 더 만족스러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