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선명해지는 나
지난주 24년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진행했다. 올해로 네 번째 버킷리스트 워크숍이었기에 나름의 의미 있는 변화도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첫해에는 100개 채우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쥐어짜고 짜서 100개를 채우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나고 보면 꾸역꾸역 적었던 것 중에는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많았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내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내 것이 아닌 걸로 판명된 것들은 다음해 버킷을 적을 때는 과감히 삭제된다. 또한 내가 원하는 새로운 목록들이 추가되기도 한다. 더불어 전년도에 적었는데 즐겨했던 것들은 더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리스트에 반복되어 적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리스트를 완성하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으로 행복하고 만족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런데 버킷을 적을 때 중요한 것이 있다.
먼저 올해 적은 버킷 100개를 공개한다. 워크숍 때 적어 내려가는 목록은 그냥 투두리스트는 아니다. 이 100개를 다 이루면 좋겠지만 꼭 그럴려고 100개를 채운건 아니다. (매년 적으면 언젠가 이뤄지겠지 생각은 한다) 내가 원하고 더 강하게는 열망하는 것들을 표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반드시 실행하고 싶은 것들도 포함되지만 실행 가능성에 너무 무게를 두지 않는 것도 이 버킷리스트 작성에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얼마나 이 일이 될지 말지를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이런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엔 '현실'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시도도 하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될만한 일들만을 하며 그냥 그냥 살아가니 재미도 없고 설렘도 없는 삶만 남는 건 아닐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게 내 것인줄 살고 있을지도 모른고..
글을 쓰던 중간에 아내에게 완성한 100개 버킷을 보여주었다. 버컷리스트를 꺼내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설렘이라는 감정이 다시 충전된다. 이게 버킷리스트의 두 번째 중요한 포인트다. 네 번째 써보니까 정말 그렇다. 설렘이란 감정은 무언가를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일뿐 아니라 행동하게 만드는 작은 동기부여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설렘'을 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3년 동안 스프레드시트에만 남겨두고 종종 열어보았던 버킷을 올해는 아예 출력해서 방 문 앞에 붙여두었다. 아침마다 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셀렘 보충이 가능할 테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젠 100개를 채우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자 두 가지 작은 실천을 했다. 하나는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카테고리 중에서도 중요한 것을 상위에 배치하는 것이다. 옥에 티는 투자가 중간에 낀 것인데 큰 의미는 없고 커리어, 일이 맨 아래에 두었다. 이유는 분명 현실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커리어, 일)로 가장 골몰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을게 뻔한데 만약 그렇더라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어서 스스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상위에 배치한 신앙, 교회, 가족, 인간관계에서 채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설렘으로 시작하고 만족과 행복과 보람으로 마무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독자 여러분들은 24년 어떤 설렘으로 채우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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