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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Dec 06. 2019

이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냈다

아들 일기장에 좋은 기억으로 기록되고 싶다

아빠와 한강 가는 것을 기대하는 일기/한강에서 즐거웠던 아침을 기록한 일기

아들 1의 일기를 보고 있자니 주말마다 외부 일정 때문에 놀아주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빠가 없는 우리 집 주말 풍경은 이렇다. 평일 내내 직장(반토막)과 육아에 지친 아내는 주말이 되면 스스로에게 쉼을 챙겨 주느라 최소한의 집안일을 제외하고는 느슨하게 놓아버린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 엄두는 당연히 낼 수 없다.


점심때쯤 외부 일정으로 집을 나설 때(사실 일정이 있는 날은 오전 시간에도 방에서 무언가 일을 하게 된다) 상황을 보면 아이들끼리 잘 놀고 있는 게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쩌다 주말에 쉴 때가 되면 이런 죄책감(?)을 덜어 내고자 어떻게 든 밖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정작 집에서만 놀던 패턴에 적응해서인지 아이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을 설득해서 밖엘 나가면 이게 나를 위한 건가 아이들을 위한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유아휴직을 한다는 의미 중에는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그저 함께 하는 것이다. 그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육아휴직에 본질일 것이다. 같은 시간을 사는 것 말이다.


육아휴직을 시작하게 되면 아내가 하던 역할도 나에게 많이 넘어올 것이고 또 그동안 아내에게 대부분 맡겨두었던 육아의 역할도 넘어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도 해줄 수 있는 것 말고 아빠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싶다. 또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도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해서 아빠에게 다시 함께 할 시간을 요청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이고 싶다. 큰 아들 일기장에 즐거운 기록으로 남겨지는 육아휴직이기를.


이게 육아휴직에 대한 나의 다짐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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