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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Apr 01. 2020

3주간의 육아휴직을 기록하다

아이들과 나는 지금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3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숨 가쁘게 지나고 4월을 맞이했다. 공식적인 육아휴직은 3월부터였지만 몸으로 겪은 육아휴직은 내일이 돼야 만 3주가 된다. 육아휴직 때 아주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갈지 예상하지 못했다.


3월 중에는 직장에 있어야 할 시간에 낮에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순간순간 불안 감정도 있었고 안 맞는 옷을 입은 듯이 불편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달이 바뀐 이 시점에 3월 육아휴직을 돌아보고 4월에 좀 더 발전적인 양육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글을 적어 본다.


평범한 하루의 시작

아침에 출근할 때처럼 혹은 그보다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을 할 때나 지금 육아휴직 때도 동일하게 순도 높은 나만의 시간은 새벽시간과 밤늦은 시간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친해져 가는 일과 뜻밖의 즐거움과 만족

메인 요리, 밑반찬 만들기, 장보기, 세탁기 및 건조기로 빨래 처리하기, 청소기로 바닥 밀기 같은 과제는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해왔던 일들이라 그런지 빈도수가 늘어나니 더 능숙하게 빠르게 처리가 되고 하나씩 해결했을 때의 즐거움과 상쾌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반면 호기심으로 시작한 딸내미 머리 묶어주기는 아직 어설프지만 육아휴직이 아니면 평생 해볼 기회가 없을법한 일이 추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과 실제 완성도에 비해 아내의 칭찬과 딸내미의 해맑은 미소가 나를 더 즐겁게 만든다.


아내를 기다리며 만든 저녁상 그리고 간식 길거리 토스트


역할 변화와 부의 친밀감

아내는 직장(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해 가고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발현은 여느 직장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내는 오랜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인지 체력적으로는 힘들어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만족해하고 있고 그런 모습을 보는 육아휴직 남편이 보기에도 흐뭇하다.


짧은 3주였지만 큰 아이 12년생을 시작으로 17년생 막내까지 만 8년 독박 육아를 해왔던 아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봐 온 야채를 왜 냉장고에서 상하게 하는지, 왜 금방 생각한 일을 까먹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 셋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게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한다. 이로써 우리 부부는 작년 불금 데이트 이후 올해 더 많이 친해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

일주일은 아이 셋을 독박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겼고 나머지 2주는 2번 3번을 긴급 보육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코로나로 개학이 늦어진 큰 아들과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할 때 연차 휴가를 이틀 정도 낸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던 때를 생각해보면 휴가 기분이 날 즈음되면 현실로 돌아와 버리는 휴가가 참 야속하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육아휴직 중인 지금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저 일상을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매일 성장하고 있는 소리와 모습을 내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다.

집 뒷산 등반하면서

아이들은 계속 자라겠지만 그 성장과정 중 아빠의 육아휴직 딱 1년이다. 아이들이 지금을 기억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남을 테고 이렇게 기록되고 있다. 지난 글에 육아휴직의 목표로 적었던 것을 다시 되새겨 본다.


"아빠가 1년 쉬어서 정말 행복했고 너무 좋았어요."



다짐과 약속

여러 마음 고생으로 얻어 낸 시간인 만큼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너무 규모 없이 보내지도 말기로 다짐해본다.


아직 334일이나 남았다.
이제 334일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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