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똥 손 탈출해보겠습니다.
세바시 강연을 통해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강연에서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저자는 퇴근 후 어렵지 않은 책 한 권을 골라 하루에 한 개씩 그림을 따라 그렸다고 했다. 책 한 권을 다 그리고 나니 자신도 예상치 못한 자신감이 생겨 붓을 들게 되었고 그렇게 수채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과 관련된 저자의 스토리는 수채화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된 것으로 이어진다. 놀라우면서도 ‘이거 너무 드라마틱 하지 않나?’ 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 메시지에 주목했다.
소질이 없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강연 중에 초기에 그렸던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며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강연 내내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가 신뢰를 주었다. 이 분의 세바시 강연에서 내가 느꼈던 인상은 그림을 그리게 된 후 '참 행복해 보인다'였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여러 가지 유익이 있지만 이 분이 소개한 유익 중 한 가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할 수 있게 해 준다.
자신이 옆집 이웃의 애완견을 그려주었고 그 그림을 옷에 프린팅 해서 입고 있는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강연자가 들려준 진솔한 변화의 이야기가 따뜻했고 그림에 문외안인 나에게 잔잔한 자극이 되었다.
어렸을 때에는 그림과 음악 예체능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몸으로 노는 것에 전념했다. 대학생 때 기타를 조금 배워서 코드 반주로 간단히 노래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그림은 여전히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철이 들고 나서는 '그림을 좀 그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직장생활을 해보니 간단히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차별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 낼 재능도 자신감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갈증은 계속되었다. 몇 년 전에는 평일 저녁 퇴근 후 비주얼싱킹 관련 교육도 들었다. 하지만 비주얼 싱킹에서 요구하는 아주 기본적인 표식도 제대로 그릴 수 없었던 나는 비주얼 싱킹이 업무와 일상에서 얼마나 유용했는지 알게 된 것과는 정반대로 배운 내용을 거의 써먹지 못함으로 인해 더 진한 씁쓸함만을 남기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도 나름 노력은 있었다. 치료하던 70대 클라이언트가 '평생에 소원이 자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하여 기본적인 그림 교본을 구입했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매일 한 페이지씩 그림 기초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환자분이 응급 퇴원을 하게 되면서 이도 중단되었다.
시간이 흘러 정진호 씨의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보게 되었고 '나 다운 삶을 위한 생산선 프로젝트'로 시작해보려고 마음먹었다. 100일 동안 꾸준히 100 드로잉을 통해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어떤 것도 예측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 그저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사실 책을 사고 배송되기까지 기다리며 설렜다. 책을 받자마자 아이패드 기본 조작과 세팅을 파악 후 바로 1일 차 드로잉을 했고 오늘로 2일 차 드로잉을 끝냈다. 100일이 지나고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림 그리기에 자신감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그림으로 놀아주는 아빠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100 드로잉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바는 글을 통해 공유할 생각이다. 함께 하실래요? 댓글 주시면 오픈 채팅방으로 묶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