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작업을 찾아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들이 종이 접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엄마와 동네 서점에 가서 종이접기 책을 산 후였다. 여기에는 엄마의 의도가 숨어있었다. 아들이 둘이다 보니 장난감의 집안내 유입이 만만치 않다. 터닝 메카드, 요괴 메카드, 공룡 메카드 변신 자동차 시리즈와 베이블레이드(베틀형 장난감 팽이) 이런 장난감들이 집에 많아지게 되어 매번 치우는 것도 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장난감 요구에 맞서는 것도 부모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일상이 지속되니 아내도 피로감이 있었고 장난감 문제로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놀이 활동의 변화를 원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런 계기로 종이 접기가 시작했고 어느새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어떻게 변했을까.
큰 아들은 종이 접기에 푹 빠지고 말았다. 구입한 종이접기 책은 일주일 안에 마스터했고 종이접기 어린이 유튜버부터 성인 유튜버들의 영상을 찾아 온라인 항해를 하며 종이접기 기술을 끝없이 연마하고 있다. 오전에 학교 인터넷 수업과 보조적인 약간의 공부를 끝내고 나면 종이 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문제는 틈만 나면 잘 때까지 손에서 색종이를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실은 여러 가지다. 동생에게 자신이 연마한 종이접기를 가르쳐야 한다거나 정리하려고 잠깐 만진 거라거나 핑계를 댄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머릿속에 종이접기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부모인 나는 왜 이럴까? 너무 한 장난감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방향을 바꾸어 주었는데 다시금 이 종이접기 외에 활동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으니 또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제도 자려고 누웠는데 '아 조금만 접으면 완성되는데' 이런 멘트를 날리는 게 아닌가. 사실 어젯밤에는 서로가 좋아하는 안마를 서로 해주기로 저녁 먹을 때 이야기했었는데 난데없이 종이접기 이야기를 하니 혈압이 올랐다. 그런데 멈칫 '생각 신호등'을 켰다. (*초등 2학년 봄 교과서에 나오는 감정표현 3단계 : 멈추기-생각하기-표현하기)
잠시 멍 때리며 생각한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종이접기 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아들은 내 눈치를 보며 "응.." 한다. 나는 아들한테 제안을 했다. "그럼 내일부터 지금보다 1시간 종이접기 더 하는 걸로 하자. 공부도 더 줄여줄 테니까 신나게 해 봐. 대신 약속한 시간에 맘껏 하고 다른 시간에는 동생들하고도 놀고 책도 보고 아빠랑 운동도 하는 거야 알겠지?" 아들은 눈에 생기가 돈다.
이 글을 적고 있는데 제비를 접었다고 들고 온다. ^^; 얼마나 신날까 싶다. 할 공부도 끝났고 앞으로 2시간은 더 종이접기를 맘껏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경험은 부모의 잔소리나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자신감과 성취감 그 이상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활동들에 몰입해 봄으로서 자신의 성장을 자기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원했던 욕구가 만족된 때부터는 오히려 집착하지 않아 최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어른들이 '다 한 때'라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랬고. 큰 아들도 자신만의 한 때를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게 집착으로 보이든 몰입으로 보이든 아이의 이 성장 과정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해 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뿐이다.
*온라인 모임에서 지인이 검색해서 보내주었는데 아들에게 마음껏 종이접기를 해볼 수 있도록 한 내 결정에 큰 힘을 실어주는 글이다. 자녀가 종이 접기에 꽂혀 있다면 큰 격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