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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n 29. 2020

여보, 나 육아휴직 잘한 거지?

가끔씩 불안과 조급증이 마음 문을 두드리다

"여보, 나 육아휴직 잘한 거지?"

"그럼! 대단한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하고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지?"


나는 평소 습관대로 육아휴직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 거창한 목표도 있었고 소소한 목표도 포함했다. 매년 세우는 목표이고 계획이었지만 11년 일한 직장과 관계없고 하던 일과 관련되지 않는 목표와 계획이었기에 낯설었지만 마음에 설렘이 가득했다. 코로나가 큰 변수가 될 줄 몰랐을 때까지는 말이다.  


무엇보다 오전에 아내 출근과 아이들 등원을 마치고 나면 '나만의 시간'이 확보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나의 이 기대는 코로나로 산산이 부서졌다. 먼저 학교에 가야 할 큰 아이의 개학이 미뤄지더니 급기야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 것. 말이 개학이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이 다였다. 4월 교육부 지침을 받아 학교에서 등교 여부와 관련하여 설문조사를 했고 주 1회 등교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꼼짝없이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나의 일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전 공부를 마치고 차려준 밥을 맛나게 먹는 아들을 바라보며 '그래 나라도 집에 없었으면 이 녀석 어떡할 뻔했어! 다행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도 해 보았다. 하지만 이대로 1년이 간다면... 두려움과 조급함이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남은 8개월이 금방 지나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기름을 붓는 학사일정 문자가 휴대폰으로 날아왔다. 확인해 보니 내년 2월까지 이대로 쭉 간다는 내용이다. 내가 생각한 육아휴직의 그림은 이게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 하원 할 시간이 되어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아빠가 데리러 오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폴짝폴짝 뛰면서 굳이 한 번 안아달라고 애정표현을 하는 둘째. 딸은 활짝 웃으며 아빠를 맞아 주더니 아빠 손을 잡아끌면서 놀이터 가고 싶다고 애교를 장착하여 징징거린다.


'그래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보려고 육아휴직 한 건지...' 아내 말이 맞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 않아도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의 시간에 함께 해주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 2월에 세웠던 육아휴직 계획을 펼쳐 보았다. 한숨이 푹 나왔다. 하지만 계획도 내 마음 가짐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기본 생활습관부터 바꾸기로 했다.


1) 기상을 1시간 정도 앞당겨 아침시간 1시간 30분 정도 확보하기부터 시작이다. 2)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조금 더 강도를 높여서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풀업과 달리기를 해볼 생각이다. 3) 1일 1 글을 써 볼 계획이다.

4) 마지막으로 엄마 없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볼 예정이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가능하면 멀리도 가보고 싶다.


'퇴사 말고 휴직' 저자 최호진 님 이야기처럼 여행 근육이 나에겐 많이 부족하다. 직장일 외에 외부 활동이 주말에 많았던 나는 아이들 모두 데리고 떠나는 여행은 정말 이벤트였기에 육아휴직 때 여행 근육을 기르지 못하면 평생 여행 근육은 '근위축'으로 절뚝거릴 것만 같았다.


반복되는 일상의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아빠의 1년 휴직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내에게도 말했더니 흥쾌이 허락해 주었다. 


7월은 육아휴직 5개월 차에 접어드는 육아휴직 2분기 중반이다. 육아휴직 시작 때의 설렘과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새롭게 만들어갈 기본생활과 그 토대 위해 쌓아갈 아이들과의 시간이 다시 설렘이 마음에 자리 잡았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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